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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美 2분기 성장률 -10% 전망”…“韓 -1%”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 예상

입력 | 2020-03-22 16:47: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성장률 전망도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과 경제전문가들은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의 2분기(4~6월) 성장률이 최대 두 자릿수 하락할 것이란 비관론을 내놓고 있다. 한국 경제도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학자 3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비관적 시나리오에서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이 ―10%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3분기(7~9월) ―3.8%, 4분기(10~12월) ―0.5% 등 올해 내내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을 ―24%로 내다보는 등 두 자릿수 역성장 우려가 가시화하고 있다.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블룸버그가 경제분석기관 및 IB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이 12개월 내에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은 33%로 나타났다. 영국 경제분식가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0%로 추산했다. 한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낸 건 2차 석유파동이 있었던 1980년(―1.6%)과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5.1%) 뿐이다.

경기 부진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실업난이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WSJ는 경기 부진으로 미국의 일자리가 월 80만 개씩 사라져 실업률이 올해 말 7.4%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800만 개 일자리가 사라지며 2007년 4.4%였던 실업률이 2009년 10%까지 치솟은 상황과 유사하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경제 전망이 매일 어두워지고 있다. 금융위기 또는 대공황보다 전시 상황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세계 경제의 양축을 이루는 중국의 회복도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소매 업체들의 1, 2월 판매량이 전년 대비 20% 줄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글로벌 경제가 길고 깊은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으며 세계 금융시장의 충격도 커지고 있다. 22일 금융투자협회와 외신 등에 따르면 19일 기준 86개국 증시 시총은 62조2572억 달러로, 지난달 19일(87조8708억 달러)과 비교해 29.15%(25조6136억 달러·약 3경1900조 원)가 증발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2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주가 변동성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갔으며, 앞으로 더 출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이 동시에 치체에 빠지면서 추가 경기 부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FT는 래리 쿠들로우 미국 국가 경제위원회 국장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몇 주 안에 2조 달러에 이르는 경기 부양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직접적인 현금 지원과 항공사 등 피해 기업에 대한 대출 및 대출 보증이 포함된 수치다. 한국도 2차 추경 논의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세계 경제가 장기적으로 하락하는 국면에선 1차 추경만으론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21일 페이스북에 “‘적게하는 것보다는 과도한 게 낫다’, ‘필요하면 얼마든지 새 프로그램을 만들어라’라는 정책조언이 있다”며 추가 대책 가능성을 시사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