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보안메신저 텔레그램의 한 대화방.
한 여성단체가 온라인으로 접촉한 A 씨는 거침이 없었다. 대뜸 “아동과 청소년이 등장하는 50GB 용량의 성착취 동영상을 6만원에 팔겠다”고 했다. A 씨는 이 동영상을 “(박사)방이 폭파되기 전에 받아뒀다. ‘박사야’라는 폴더에 모아뒀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여성단체 관계자는 “지금도 소셜미디어에서 이 같은 영상 판매 제안은 금방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텔레그램에서 성착취 영상과 사진 등을 제작 판매해 논란을 빚은 ‘박사’ 조모 씨(26)가 19일 결국 구속됐다. 하지만 그와 일당들이 남긴 불법 성 착취 물들은 여전히 온라인에서 은밀하게 거래되고 있다.
이들이 흥정하는 걸 보면 거래에 매우 능숙하단 걸 알 수 있다. 예컨대 여러 성착취 물을 한꺼번에 사면 가격을 깎아주기도 한다. 구매를 망설이면 “답장 좀 달라. 답장을 주면 더 깎아주겠다”며 유혹한다고 한다.
거래는 여러 사람들에게 공개된 소셜미디어에서는 절대 이뤄지지 않는다. 1대1 대화방이나 비공개 대화방에서만 은밀하게 진행한다. 여성단체가 접촉한 또 다른 거래자 B 씨는 “절대 걸리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라”고 안심시키기까지 했다. B 씨는 성착취 물의 가격을 안내한 뒤 “파일을 다 저정하고 바로 대화방을 삭제하면 아무도 구매 사실을 모른다”고 자신했다고 한다.
경찰은 조 씨가 운영했던 ‘박사방’을 최대 수만 명이 이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박사방 등의 텔레그램 유료 대화방에서 파일을 확보한 이들 가운데 2차, 3차 판매에 나선 이들은 그 수가 가늠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 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는데도 여전히 이런 거래가 지속되는 점이 방증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렇게 취득한 성착취 물을 소지하거나 누군가에게 유포, 판매하면 모두 처벌 대상”이라 경고했다.
경찰은 최근까지 조 씨를 포함해 텔레그램 내에서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소지, 유포한 124명을 검거했다. 이 가운데 18명은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 씨는 피해 여성들뿐만 아니라 대화방에 참여한 이들도 협박해 자신의 뜻에 따르도록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유료 대화방에 입장하는 이들에게 돈은 물론 개인정보도 받아낸 뒤 이를 약점으로 삼았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