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 100명의 복원작업 1년… 세 가지 임무는? 틀어진 건물 구조의 균형, 석재-볼트 등 자재 재활용 베일 속 지하 석조물 연구
13세기 초 짓기 시작해 14세기에 완공된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성당(왼쪽 사진)은 프랑스 고딕 양식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꼽힌다. 하지만 2019년 4월 15일 발생한 화재로 첨탑 등 중요한 구조물 상당수가 파손됐다. 게티이미지코리아·위키미디어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이달 13일 노트르담성당 복원에 나선 프랑스 역사유적보존연구소(LRMH)와 국립과학연구원(CNRS) 과학자 100명의 지난 1년간 활약상을 소개했다. 사이언스는 성당 복원에 필요한 연구가 상당히 진척됐고 본격적인 복원 작업이 궤도에 올랐다고 전했다.
○추가 붕괴·손상 막고 원상태 복귀가 최우선
현재 성당 복원에 나선 과학자들은 건물 구조의 안전성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공학자들은 화재가 난 뒤 수주 만에 아치형 천장 위로 강철 빔을 설치했다. 이 빔을 따라 마치 래펠(절벽 하강)을 하는 것처럼 건물 꼭대기에서 아래로 내려가며 위험한 비계(높은 곳에서 공사를 할 수 있도록 임시로 설치한 구조물)를 제거하거나 구조를 안정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물과의 사투도 벌어졌다. 성당 벽면을 구성하는 석회암과 격자 모양 지지대가 화재 당시 불을 끄던 소방수와 빗물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무게가 늘어났다. 물을 머금어 무거워진 석회암이 건물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석회암 안쪽으로 들어간 물이 겨울에 얼면 수축, 팽창을 반복해 벽에 금이 가기도 한다. 연구팀은 올 1월부터 석회암의 중량을 측정해 건조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화재로 녹은 격자 모양 지지대도 제거에 들어갔다. 벽면에 붙어 있는 격자 모양 지지대는 성당 전체를 떠받치고 있어 철거 작업은 매우 신중하게 이뤄지고 있다. 높은 탑 형태 블록을 쓰러뜨리지 않고 빼는 게임인 ‘젠가’처럼 물리적 계산과 동물적 감각이 필요한 작업이다.
성당을 원상태로 복귀시키는 데는 소재 과학자들이 나섰다. 프랑스는 성당 건축에 사용된 재료들을 최대한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아치형 천장에서 떨어져 내린 수십 개 샘플을 분석한 결과 석재의 색만으로 재활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석재에 포함된 철 성분은 석회암을 단단하게 뭉치게 하기 위해 섞여 들어가는데 300∼400도에선 붉은색을 띤다. 그보다 높은 600도로 가열하면 검은색의 산화철로 바뀌고 800도 이상 가열되면 석회암과 함께 완전히 가루가 된다. 이런 방식으로 재사용할 석재를 색만으로 골라내는 것이다. 베로니크 베르제스벨맹 LRMH 연구원은 “기계강도 테스트보다는 훨씬 빠르게 수십만 개에 이르는 석재를 선별하는 데 유용하다”고 말했다.
환경 분야 과학자들은 이달 말 성당 지붕에서 중금속인 납이 녹아내리면서 나타난 오염 문제를 해결할 가장 적절한 방법을 찾기 위해 실험에 나선다. 증류한 물을 넣어 빚은 석고 반죽을 발랐다가 굳으면 떼어내면서 납 성분을 제거하는 기술과 레이저를 쏘아 직접 오염물을 제거하는 방법이 시험대에 오른다.
○금지됐던 지하 석조물 구조 연구도 실시
이번 복원 연구에서는 베일에 가려 있던 성당 지하 석조물 연구도 사상 처음 시도된다. 지난 500년간 성당의 내부 지침에 따라 성당 건물 지하에 대한 조사가 허가된 적은 없다. 이번 화재로 건물 안전성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지하 석조물을 연구할 기회가 열렸다. 과학자들은 지하에 전파를 쏘아 되돌아오는 신호를 해석하는 방식으로 지하 석조물 구조를 알아낼 계획이다.
노트르담성당 건축에 쓰인 참나무를 샘플로 활용해 중세의 기후 변화를 연구할 기회도 열렸다. 과학자들이 약 1년간 분석한 결과 성당에 쓰인 참나무는 약 100년간 자란 것으로 다른 참나무와는 달리 길고 얇은 것으로 분석됐다. 자연에서 듬성듬성 자랐다기보다는 누군가가 일부러 큰 숲을 일궈 키웠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