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네오메드
두 달째 마스크 생산현장을 지키느라 만신창이가 된 ㈜네오메드의 유영호 대표이사(가운데)가 국민들에게 단 하나의 마스크라도 더 보급하기 위해 직원들과 함께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네오메드 제공
국내보다 외국에 더 알려진 이 회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유명해지고 있다. 새로운(neo) 의료용품(med)이란 뜻의 사명은 유영호 대표이사(63)가 250개국에 자사 제품을 수출하려는 비전을 담아 지었다.
18일 오후 부산 사하구 장림공단에 있는 이 회사를 방문하자 시끌벅적했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유 대표가 20년 이상 장기근속 간부 2명에게 특별 선물을 전달하고 있었다.
유 대표는 “한 개의 마스크라도 국민들에게 드리기 위해 여념이 없다”며 “우리 회사는 34년간 제품 연구개발(R&D)에 주력해 온 회사”라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고인이 된 유 대표의 부친이 1965년 정형외과용품을 만들면서 출범했다. 1986년 유 대표가 유신실업이란 이름으로 제2창업을 한 뒤 1999년 상호를 네오메드로 바꿔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다. 수익 중 상당 부분은 R&D에 투자했다.
생산품은 의료와 헬스케어 용품 등 250가지. 이 가운데 무릎, 손목, 발목 등 11개 종류의 튼튼시리즈 보호대는 10년 이상 43개국에 수출할 정도로 세계가 인정한 제품이다. 유 대표가 150개국을 넘나들며 해외시장에 공을 쏟은 결과다. 그의 마케팅 전략은 ‘단 하루를 사용하더라도 효과가 없으면 100% 환불해 준다’이다. 기술력과 품질 위주의 이 전략은 ‘메이드 인 코리아’의 위상을 높였다. 이들 제품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80%가 넘는다. 특허, 실용신안 등 특허청에 등록한 지적소유권만 150건에 이른다.
경력 17년 차인 박은영 총무팀장(47)은 “네오메드 하면 품질보증수표 아닙니까”라며 “모든 직원이 제품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으로 뭉쳐 있다”고 자랑했다.
7년 전 해외 출장 중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느낀 유 대표는 마스크 개발에 나섰다. 3년에 걸친 연구개발 끝에 특허 1건, 의장 5건을 등록했지만 생산설비를 갖출 돈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간절함에 IBK기업은행이 투자를 약속했다. 유 대표는 “2018년 기업은행에서 ‘비가 올 때 우산을 내밀 듯’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면 우린 지금 없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원자재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현재 11개 생산라인 중 2개만 가동하고 있다. 8시간 기준 1개 라인의 하루 생산량은 1만 개. 하지만 지금은 42명의 정직원이 3교대로 24시간 가동하면서 하루 6만 개를 생산한다. 4만8000개는 공적물량으로, 나머지는 고정거래처에 공급한다.
회사연구소의 강상준 과장(36)은 “네오메드는 혁신적이고 앞을 내다보는 회사다. 그런 만큼 대비를 철저히 하는 기업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 대처할 수 있었던 것은 미세먼지가 심했던 지난해부터 생산물량을 비축한 결과였다. 유 대표의 R&D 유전자가 적중한 것이다.
이 회사는 최근 8년간 연매출 400% 성장과 320% 고용창출을 달성했다. 지난해 50억 원이던 연간 매출은 올해 3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부산시로부터 수출유망중소기업, 고성장기업, 기술혁신기업, 선도기업으로 선정된 이유가 있었다. 각종 인증과 표창 실적도 20여 회에 이른다. 정년퇴직이 없고, 일 잘하는 직원에게 매달 성과급도 준다.
두 달째 생산현장을 지키느라 녹초가 된 유 대표는 “국가와 국민이 부르면 저를 비롯한 전 직원이 ‘용광로’에 뛰어들 준비가 돼 있다”며 “국가와 국민에게 효도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