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의 재건축 현장. 동아일보DB
유원모 산업2부 기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향후 보름간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총회 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었다. 26일 예정이던 은평구 증산2구역, 28일 수색6구역, 30일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등 서울에만 10여 곳에 달했다. 다행히 정부가 조합에 총회 일정을 5월 18일까지 미룰 것을 주문하면서 대다수 조합은 총회 일정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정비사업 일정에 반드시 대규모 인원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규정으로 인해 유사한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 도정법에 따르면 조합 재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시행이나 관리처분계획 등은 반드시 조합원 20% 이상이 직접 출석한 상태에서 의결하도록 돼 있다. 시공사 선정 등 일부 절차는 50% 직접 출석이 의무 사항이다.
이에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도정법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코로나19 이후 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기업들이 확산되는 것처럼 정비사업장에서도 이 같은 변화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박정민 법무법인 로빈 변호사는 “비슷한 사태가 재발할 경우 조합 총회를 수개월 연장하는 식의 땜질 처방으로는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며 “모바일, 인터넷 투표 도입 등 시대 변화에 맞는 정비사업 의사결정 구조가 가능하도록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회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라 당장 바꾸긴 어렵다”면서 “중장년층이 상대적으로 많은 조합 특성 등을 고려해 개선 사항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기술 혁신 등 사회 변화와 유독 거리가 먼 분야 중 하나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정비사업의 디지털화·투명화가 자리 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유원모 산업2부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