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원 2020년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자
나는 항상 소설을 잘 쓰고 싶었다. 레이먼드 카버만큼 쓰고 싶었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만큼 쓰고 싶었다. 이 말은 카버처럼, 하이스미스처럼 쓰고 싶었다는 말과는 다르다. 나는 자신의 기록을 경신하는 운동선수의 마음가짐으로 책상 앞에 앉은 날이 많았다. 나는 더 좋은 글을 성취하고, 글로써 인정받는 데에 관심을 두었다. 당선 소식을 들은 뒤 편하게 잠을 자본 날이 많지 않은데, 아마 그 이유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글을 썼다는 것이 부끄럽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오타케 히데오(大竹英雄)라는 일본 바둑기사는 바둑을 두면서도 아름다움을 따진다고 한다. 대국(對局)에서 지더라도 자신의 눈에 아름답지 않은 곳에는 돌을 놓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두 가지 점에서 놀라웠다. 우선은 프로 바둑기사가 불리한 수를 감수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바둑판에서 아름다움을 찾는다는 것이다. 바둑이라면 아주 기본적인 규칙만 아는 나는, 바둑판 위의 아름다움을 알지 못한다. 검고 흰 돌이 놓이는 방식이야 내게는 아름답지도 추하지도 않다. 그래서 나는 그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희고 검은 돌밖에 없는 바둑판에서 아름다움을 보고, 그 아름다움에 승부 이상의 가치를 부여했다.
어쩌면 소설을 쓰기 시작하며 진작 했어야 할 고민을 이제야 시작한 것 같다. 다만 등단은 시작점에 서는 일이니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려 한다. 바둑에서 판 위에 돌을 놓는 일을 착수(着手)라 부른다고 들었다. 나는 이제 좋은 소설에 착수하려고 한다. 오타케 히데오에게 타협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었던 것처럼, 언젠가 나도 그런 아름다운 문장과 행간을 가졌으면 한다.
서장원 2020년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