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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부자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한국산 목욕용품은? [송홍근 기자의 언박싱평양]

입력 | 2020-03-23 14:00:00


북한 샴푸·린스

북한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방역을 위해 중국과의 국경을 사실상 봉쇄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생필품 부족 현상도 나타납니다. 평양은 자력갱생을 강조하면서 내부를 단속하고 있는데요. 특히 국산품 애용을 강조합니다. 노동신문은 11일 “남의 것을 부러워하지 말고 자기의 것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발전시켜 보물로 만들자”고 독려했습니다. 북한 대외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최근 ‘우리의 것이 제일이야’라는 제목의 책자에서 화장품, 학용품을 비롯한 북한산 공산품을 소개했습니다. ‘세계와 경쟁하는 은하수화장품’ ‘너도 나도 찾는 민들레 학습장’ 같은 낯간지러운 홍보문구도 눈에 띕니다.

2015년 이전만 해도 장마당에서 팔리는 공산품의 90%가 중국산이었습니다만 현재는 북한산이 90%입니다. 경공업 생산 능력이 얼마간 개선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그렇다면 북한산 목욕용품 수준은 어떨까요. ‘언박싱평양’이 평양 대성백화점에서 구입한 샴푸·린스·비누·치약·바디워시를 청년들과 함께 사용하면서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북한 치약


제가 질 좋은 우리 제품에 길들여져서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에서 팔았다가는 욕먹기 딱 좋은 수준이었습니다. 평양화장품공장이 만든 ‘은하수샴푸’는 겉모습부터 조악합니다. ‘깨끗한 세척, 우수한 광택’이라고 용기에 적혀 있는데요. 1980~1990년대 한국 제품이 떠오릅니다. ‘머리칼 희어지기 방지’ ‘머리칼 나오기 촉진’이라고 광고하는 ‘영양샴푸’는 약초추출물, 진주광택제가 함유된 기능성 제품인데 냄새부터 고약합니다.

북한 주민들이 샴푸와 린스의 존재를 안 게 2005년경부터라고 합니다. 중국산 샴푸와 린스가 수입돼 유통되면서 인기를 끈 것입니다. “샴푸와 린스를 써야 머릿결에서 윤기가 나고 치렁치렁하게 가꿀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장마당 인기 상품이 됐습니다. 이전에는 머리비누로 머리를 감았습니다.

‘은하수’ 브랜드 500㎖ 샴푸·린스 세트는 대성백화점에서 한국 돈 1만2000원에 팔립니다. 평양 중상층이 사용하는 제품인데도 질이 낮습니다. 그렇다면 평양의 부자들은 어떤 샴푸·린스를 쓸까요. 한국산 ‘엘라스틴’을 씁니다. 평양 출신 탈북민 K씨는 “잘 사는 사람들은 한국산 목욕용품을 쓴다”면서 “섬유유연제 ‘샤프란’도 인기”라고 말합니다.

북한 목욕용품을 다룬 언박싱평양 14화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유튜브에서 ‘언박싱평양’을 검색하면 1화~13화를 보실 수 있습니다.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