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3일 도쿄올림픽 연기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다. 결정권을 가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개최지역인 도쿄도도 연기 검토 방침을 밝혀 도쿄올림픽 연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는 예정대로 7월에 올림픽이 개최된다면 선수를 보내지 않겠다는 ‘보이콧’을 선언했다.
아베 총리는 23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IOC가 ‘도쿄올림픽 연기를 포함한 검토를 시작했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IOC 판단은 내가 말한 ‘완전한 형태로 실시’라는 방침과 결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완전한 형태가 곤란한 경우 선수를 가장 먼저 생각해 연기 판단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올림픽을 연기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IOC는 2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IOC는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와 일본 당국, 도쿄도와 협력해 (올림픽을) 연기하는 시나리오를 포함한 세부적인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며 “앞으로 4주 안에 해당 논의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4월 중에 연기 여부 및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IOC는 “취소는 의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캐나다 올림픽조직위원회(COC)는 22일 “고뇌의 결단이지만 2020년 여름 대회에 선수단을 파견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뉴질랜드와 호주의 올림픽위원회도 각각 성명을 내고 도쿄올림픽을 연기하지 않는다면 불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름올림픽은 1916년 베를린대회, 1940년 도쿄대회, 1944년 런던대회가 취소됐던 전례가 있지만 모두 전쟁이 원인이었고, 감염병으로 취소된 경우는 없었다. 연기된 사례는 한 차례도 없었다. 도쿄올림픽이 실제 연기되면 그동안 도쿄올림픽을 ‘부흥올림픽’으로 규정하고 역량을 총동원했던 일본 아베 총리에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도쿄=김범석 특파원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