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관련자들의 신상에 대한 제보를 받는 트위터 계정. 트위터 캡처
보안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이른바 ‘박사’라는 가명으로 아동 성 착취 동영상 등을 유포한 한 20대 남성의 실명이 조주빈(25)으로 밝혀졌다. 조 씨는 2년 전 한 대학을 졸업하고 특별한 직업 없이 사기 행각 등을 벌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텔레그램 대화방의 ‘3대 운영자’로 불렸던 박사와 ‘와치맨’이 구속한 데 이어, ‘박사방’의 원조인 ‘n번방’을 만든 이른바 ‘갓갓’을 쫓고 있다.
● 2년 전 대학졸업…박사방 이전 사기 전력도
19일 구속된 조 씨는 2014년 한 대학에 입학한 뒤 2018년 졸업했다. 조 씨는 대학 졸업 뒤에는 특별한 직업이 없었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조 씨는 텔레그램에 유료 대화방을 만든 뒤 2018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여성들의 성착취 동영상 등을 올려 수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소셜미디어나 채팅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스폰서 알바’나 ‘고액 알바’ 모집 글을 올린 뒤 이를 보고 연락한 피해자들을 유인하는 방식을 썼다.
● 3대 운영자 ‘와치맨’도 검거
경찰청은 23일 “경북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갓갓이란 별명을 가진 인물을 추적하고 있다”며 “갓갓을 제외한 n번방과 관련한 공범 등은 상당수 검거했다”고 밝혔다.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성 착취물을 제작 유포한 시초 격인 n번방은 갓갓이란 별명을 쓰는 인물이 지난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했다. 당시 이런 대화방을 1~8번까지 만들어 n번방이라고 불렀다.
현재 갓갓의 인터넷주소(IP주소)는 확인했지만, 다른 인적 사항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워낙 차명이나 익명 등이 횡행해 IP주소가 나와도 막상 조사하면 다를 수 있다. 아직 특정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n번방과 박사방에서 영상 등을 내려받은 이용자들도 수사하고 있다. 현행법상 아동 성 착취물은 소지만 해도 처벌이 가능하다. 문제는 성인이 등장하는 불법 촬영물을 소지하거나 시청한 이용자는 뚜렷한 처벌 조항이 없다는 점이다. 경찰은 “다만 ‘영상을 넘겨봐’ 등 의사 표현을 했을 경우 방조죄 등을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여성단체는 이런 이용자들이 중복 인원을 포함해 26만 명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4일 조 씨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얼굴과 이름 등 공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 누리꾼 신상털이로 또 다른 피해 양산
n번방 사건은 소셜미디어 등에서 다른 분란도 일으켰다. 누리꾼들이 무분별한 ‘신상털이’에 나섰다가 상관이 없는 일반인이 가해자로 잘못 알려져 피해를 입고 있다.
하지만 A 씨는 n번방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반인이었다. 이후 해당 트위터 계정은 “이용자의 사진 등이 도용됐다”며 잘못 신상을 유포했음을 인정하는 글을 올렸다. 지금까지 가해자라고 공개한 신상들도 모두 삭제했다.
이 계정을 운영하던 누리꾼은 23일 다시 “일반인 신상을 올리는 건 잘못된 것이고 그 문제가 심각해지면 화살이 제게 올 수 있다는 걸 안다”며 “앞으로는 가해자가 분명한 사람의 신상만 올리겠다”고 적었다.
또 다른 n번방 이용자로 지목된 B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 등에 “난 가해자가 아니다. 누군가 사칭해서 일을 이렇게 만들었다”며 “나는 물론 주변 사람들도 너무 힘들어한다”는 글을 올렸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