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100주년 ‘동감_백년인연’ 김재엽 한예종 교수 신문박물관 찾아… 전시된 감사장-기념메달 등 둘러봐 “평생 독자 선친, 당시 익명 광고… 감사장 보시면 기뻐하실 것”
김재엽 교수(왼쪽)가 23일 동아일보 신문박물관에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실명이 적힌 ‘백지광고 감사장’을 보며 웃고있다. 그는 “가족 모두 이곳에 와서 동아일보와의 인연을 추억하고 싶다”고 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아버지 이름이 적힌 ‘감사장’을 한참 말없이 바라보던 김재엽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47)의 첫마디였다. 동아일보는 100주년을 맞아 소중한 인연을 맺은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동감_백년인연’의 첫 순서로 연극 연출가인 김 교수를 23일 서울 종로구 신문박물관에 초청했다.
이날 김 교수에게 1975년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 당시 익명으로 후원금을 보낸 그의 아버지(고 김태용) 이름이 적힌 감사장과 기념메달이 전달됐다. 45년 만이다. 그는 “며칠 전 아버지 기일에 맞춰 형제들이 모였다. 감사장과 메달을 보여주면 오래전 잃어버린 기억을 찾은 것처럼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 교수는 신문박물관 해설사를 따라 신문에 나온 한국 현대사를 돌아봤다. 그는 전시 마지막 부분 아버지 실명이 적힌 감사장과 기념메달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멈췄다. “저 이것 좀 찍어갈게요”라며 휴대전화를 꺼냈고 수차례 플래시를 터뜨렸다. 김 교수는 “어린 시절 말로만 전해 듣던 메달과 감사장을 실물로 접하니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이후 미디어 라운지로 이동한 김 교수는 자신의 생일인 1973년 1월 31일자 지면과 독자들의 백지광고가 가득 찬 1975년 2월 24일자 지면을 출력했다. 이어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으로부터 액자에 담긴 감사장, 메달, 동아일보 100주년을 기념해 만든 ‘한국의 새’ 기념품을 전달받았다.
그가 또 한 번 놀란 건 지면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버지 이름이 실린 1995년 2월 지면 출력본을 건네받았을 때다. 당시 퇴직한 교사 명단 중 아버지 이름 ‘김태용’이 작게 실렸다. “와, 이런 게 있었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이거 참…”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동아일보는 앞으로도 인연을 맺은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초청 행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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