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용 KAIST교수, 빅데이터 분석 새로운 화음 가장 많이 시도한 ‘혁신王’ 작곡가는 라흐마니노프 하이든-모차르트는 문법 중시
베토벤
20일 전화로 만난 박 교수는 “같은 음이 동시에 울리는 한순간의 화음(chord)이 그 다음 화음으로 연결되는 패턴을 분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리듬이나 음색 같은 요소는 계산하지 않았다. 새로운 화음 연결을 많이 시도할수록 혁신적인 작곡가, 새로운 화음 연결의 시도를 후배 작곡가들이 많이 따라할수록 영향력이 큰 작곡가로 분석됐다는 설명이다. 여러 조(調·key)의 화음을 하나의 조로 맞추는 평균화(normalization)는 하지 않았다.
음악 팬들에게는 대체로 ‘음악의 천재는 모차르트’, ‘라흐마니노프는 센티멘털리스트이고 혁신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이번 결과가 의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이유다.
라흐마니노프
수많은 음악가의 화음을 일일이 입력하려면 힘이 많이 들지 않았을까. 박 교수는 “컴퓨터 음악에 사용되는 미디(MIDI)파일로 편곡된 악보가 많아 방대한 양의 입력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혁신성과 영향력에서 베토벤과 라흐마니노프 다음은 누구일까. 혁신성은 라흐마니노프 바흐 멘델스존 브람스, 영향력은 베토벤 슈베르트 쇼팽 리스트 순으로 나타났다. 단, 영향력의 경우 ‘선배’일수록, 20세기 초에서 더 먼 작곡가일수록 후배에게 미친 영향이 높게 나타나는 ‘반사이익’이 있다고 박 교수는 말했다.
그는 2015년 ‘같은 음반에 함께 작품이 들어가는 작곡가들 네트워크’를 빅데이터로 분석한 논문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원래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더니 “클래식과 팝, 가요 등 여러 음악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