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극장 개봉을 취소하고 넷플릭스에 독점 공개되는 영화 ‘사냥의 시간’. 리틀빅픽처스 제공
넷플릭스와 배급사 리틀빅픽처스 측은 ‘사냥의 시간’을 다음 달 10일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국, 29개 언어 자막으로 공개하겠다고 23일 밝혔다. 이 영화는 ‘파수꾼’(2010년)으로 호평을 받은 윤 감독의 신작으로 올해 제70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됐다. ‘기생충’에 출연한 최우식을 비롯해 이제훈 안재홍 박정민 박해수 등 충무로를 이끄는 젊은 배우들의 앙상블로 큰 기대를 모았다. 지난달 26일 국내 개봉 예정이었으나 언론배급시사회를 앞두고 코로나19가 국내에서 급격히 확산되며 개봉을 잠정 연기한 상태였다.
리틀빅픽처스 측은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대유행)을 선언해 관객에게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선보일 방안을 고민한 끝에 넷플릭스에 제안해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극장 관객이 큰 폭으로 급감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14, 15일 주말 관객 약 19만 명으로 20만 명 선이 무너진 뒤 지난 주말(21, 22일) 국내 극장 관객은 13만4925명에 그쳤다. 넷플릭스, 왓챠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와 인터넷TV(IPTV) 이용은 계속 늘고 있다.
‘사냥의 시간’은 넷플릭스와 계약하기 전 이미 해외 30여 개국에 판권이 팔려서 이중계약 여부를 둘러싸고 분쟁이 예고됐다. 이 작품의 해외 세일즈를 담당한 업체 콘텐츠판다는 이날 공식 입장 자료를 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콘텐츠판다 측은 “배급사 측이 충분한 협의 없이 넷플릭스 판매를 위해 기존 해외 개봉 계약을 해지하자고 요청했지만, 극장 개봉을 앞둔 해외 영화사들은 계약을 번복할 의사가 없다고 알려왔다”며 “이번 사태는 한국 영화 자체의 신뢰에 해를 입히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