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중앙임상위 “장기전 전략 세워야”
©뉴스1
국내 인구의 60%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면역이 생길 때까지 감염 사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현 인구 기준 최대 약 3100만 명이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다음 달 6일 초중고교 개학 이후 확진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 올가을 다시 유행 가능성
23일 오명돈 신종 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유행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처럼 종식시킬 수 없다”며 “인구의 60%가 코로나19에 대한 무리면역(집단면역)을 가져야 확산이 멈출 것”이라고 밝혔다. 집단면역이란 일정 비율 이상의 인구가 면역을 갖게 돼 감염병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중앙임상위에 따르면 집단면역을 끌어올리는 방법은 두 가지다. 예방주사를 맞거나,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회복돼 자연 면역력을 갖는 것. 현재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 개학 연기 등 ‘억제 정책’을 써서 감염병 전파를 억제해 왔다. 하지만 사회·경제적 비용 때문에 억제 정책을 장기간 끌고 가기는 어렵다. 오 위원장은 “백신이 나올 때까지 최소 12개월은 걸릴 텐데 그동안 현재 같은 억제 정책을 지속할지 혹은 완화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어떤 방역정책을 택해도 코로나19 대응은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게 중앙임상위 판단이다. 특히 올가을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할 가능성이 높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지환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은 “팬데믹은 백신이 개발되거나 걸릴 사람은 다 걸려야 끝나는 병”이라며 “날씨가 따뜻해지면 호흡기 바이러스 활동이 줄어들 가능성은 있지만 가을에 다시 환자가 늘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앙임상위는 장기전에 대비해 임상환자 데이터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어떤 경우에 환자가 중증으로 진행하는지 파악해야 한다는 것. 중앙임상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 다수는 증상 발현 후 평균 7일 동안 경증을 보이는데 일부 환자는 1, 2일 만에 급격히 상태가 악화된다. 이후 상태가 회복되지 않으면 증상 발현 뒤 보름 만에 사망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일부 환자는 증상 발현 이후 5일 만에 사망한 사례도 있다.
다만 대다수 환자들은 병을 가볍게 앓거나 항바이러스제 없이 완치됐다. 오 위원장은 “코로나19에 감염돼도 80%는 가볍게 지나간다”며 “폐렴이 있더라도 입원해 산소 치료를 하고 안정시키면 다른 폐렴보다 더 잘 낫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폐렴 증세로 사망한 17세 고등학생의 경우 세균성 폐렴이 의심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오 위원장은 “17세 환자의 여러 자료를 살펴봤을 때 폐 우측 윗부분에서 세균성 폐렴 소견이 있었다”며 “폐 검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나오지 않아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개학 또다시 연기 어려워
중앙임상위는 다음 달 초중고교 개학이 정부 방역정책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학을 하면 당장 코로나19 환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오 위원장은 “2주 뒤 개학을 한다면 다시 유행이 찾아올 수 있는데 이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지금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교에서 환자가 발생할 경우 다른 학급이나 학년, 다른 학교로 확산되지 않도록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이미 세 차례나 개학을 연기한 마당에 다시 미루기는 어렵다는 태도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3일 “돌봄 문제 등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개학을 계속 연기하기가 쉽지 않다”며 “현재로서는 15일 동안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도 높게 시행하면서 다음 달 6일 개학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9월 학기제’ 논의에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현재 개학 시기 논의와 연계해 (9월 학기제를)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9월 학기제 논의가 확산될 경우 개학 시기를 둘러싼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위은지 wizi@donga.com·강동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