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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또 대유행 가능성… 2주후 개학이 방역정책 변곡점”

입력 | 2020-03-24 03:00:00

[코로나19 팬데믹]중앙임상위 “장기전 전략 세워야”



©뉴스1


국내 인구의 60%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면역이 생길 때까지 감염 사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현 인구 기준 최대 약 3100만 명이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다음 달 6일 초중고교 개학 이후 확진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 올가을 다시 유행 가능성

23일 오명돈 신종 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유행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처럼 종식시킬 수 없다”며 “인구의 60%가 코로나19에 대한 무리면역(집단면역)을 가져야 확산이 멈출 것”이라고 밝혔다. 집단면역이란 일정 비율 이상의 인구가 면역을 갖게 돼 감염병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중앙임상위에 따르면 집단면역을 끌어올리는 방법은 두 가지다. 예방주사를 맞거나,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회복돼 자연 면역력을 갖는 것. 현재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 개학 연기 등 ‘억제 정책’을 써서 감염병 전파를 억제해 왔다. 하지만 사회·경제적 비용 때문에 억제 정책을 장기간 끌고 가기는 어렵다. 오 위원장은 “백신이 나올 때까지 최소 12개월은 걸릴 텐데 그동안 현재 같은 억제 정책을 지속할지 혹은 완화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어떤 방역정책을 택해도 코로나19 대응은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게 중앙임상위 판단이다. 특히 올가을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할 가능성이 높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지환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은 “팬데믹은 백신이 개발되거나 걸릴 사람은 다 걸려야 끝나는 병”이라며 “날씨가 따뜻해지면 호흡기 바이러스 활동이 줄어들 가능성은 있지만 가을에 다시 환자가 늘 수 있다”고 내다봤다.

1918년 약 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오 위원장은 “스페인 독감은 그해 봄에 있던 1차 유행보다 가을철에 5배 이상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중앙임상위는 장기전에 대비해 의료인 보호를 위한 마스크와 개인보호 장비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도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오 위원장은 “백신 개발 전까지 방역의 주체는 우리 자신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일부 환자 1, 2일 만에 급격 악화

중앙임상위는 장기전에 대비해 임상환자 데이터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어떤 경우에 환자가 중증으로 진행하는지 파악해야 한다는 것. 중앙임상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 다수는 증상 발현 후 평균 7일 동안 경증을 보이는데 일부 환자는 1, 2일 만에 급격히 상태가 악화된다. 이후 상태가 회복되지 않으면 증상 발현 뒤 보름 만에 사망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일부 환자는 증상 발현 이후 5일 만에 사망한 사례도 있다.

다만 대다수 환자들은 병을 가볍게 앓거나 항바이러스제 없이 완치됐다. 오 위원장은 “코로나19에 감염돼도 80%는 가볍게 지나간다”며 “폐렴이 있더라도 입원해 산소 치료를 하고 안정시키면 다른 폐렴보다 더 잘 낫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폐렴 증세로 사망한 17세 고등학생의 경우 세균성 폐렴이 의심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오 위원장은 “17세 환자의 여러 자료를 살펴봤을 때 폐 우측 윗부분에서 세균성 폐렴 소견이 있었다”며 “폐 검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나오지 않아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개학 또다시 연기 어려워

중앙임상위는 다음 달 초중고교 개학이 정부 방역정책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학을 하면 당장 코로나19 환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오 위원장은 “2주 뒤 개학을 한다면 다시 유행이 찾아올 수 있는데 이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지금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교에서 환자가 발생할 경우 다른 학급이나 학년, 다른 학교로 확산되지 않도록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이미 세 차례나 개학을 연기한 마당에 다시 미루기는 어렵다는 태도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3일 “돌봄 문제 등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개학을 계속 연기하기가 쉽지 않다”며 “현재로서는 15일 동안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도 높게 시행하면서 다음 달 6일 개학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9월 학기제’ 논의에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현재 개학 시기 논의와 연계해 (9월 학기제를)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9월 학기제 논의가 확산될 경우 개학 시기를 둘러싼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9월 학기제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인가, 혹은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인가”라는 질문에 “가정을 전제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대통령의 언급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고 답했다.

위은지 wizi@donga.com·강동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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