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에 라울 교수
“그는 대학 교수라기보다는 ‘록스타’처럼 보인다”
프랑스 언론 르피가로는 최근 프랑스 전염병 전문가인 디디에 라울 교수(68)를 이렇게 묘사했다. 마르세유 소재 지중해 질병연구센터(IHU) 소장인 그는 1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30여명에게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를 임상 시험한 결과를 인터넷에 공개했다. 일일 500㎎ 투입했더니 환자 70% 가량에게서 바이러스가 사라졌다. 긴 머리에 수염을 기른 외모와 함께 치료법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면서 라울 교수는 단숨에 화제의 인물이 됐다.
라울 교수 뿐 만이 아니다. 유럽 각국마다 ‘코로나 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에 대한 대중의 지지와 응원이 커지고 있다. 올해 초 은퇴했던 의사 장자크 라자핀드라나지 씨(67)는 집단 감염이 발생한 프랑스 우아즈 지역에 복귀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돼 22일 숨졌다. 의료진의 첫 희생에 전국에서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은퇴한 의사, 간호사도 속속 복귀하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스페인에서는 은퇴 의사와 간호사 1만4000명이, 영국에서는 은퇴한 의사 500명 등 의료진 4500명이 현장에 돌아왔다. 타 대륙 의료진도 유럽을 지원하고 나섰다. 쿠바 의료진 52명이 22일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공항에 도착하자 이탈리아 시민들은 슈퍼히어로 영화 ‘어벤져스’에 빗대 ‘쿠벤져스’라고 부르며 응원했다.
의료진에 대한 사회적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프랑스 국철(SNCF)은 23일 의료인들에게 열차 운임 전액을 무료화했다. 세계적 정유기업 토탈은 프랑스 전국 병원 직원들에게 5000만유로(680억 원) 상당의 자동차 연료 바우처를 제공하기로 했다. BMW, 폴크스바겐 등 독일 자동차업체도 인공호흡기와 마스크 생산을 통해 의료계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의료진에 대한 찬사는 역설적으로 코로나19 확산으로 무너진 의료시스템을 반증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료진이 영웅적 활약을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의료체계가 붕괴됐다는 것이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시신을 안치할 병원 영안실이 부족해 아이스링크를 임시 영안실로 활용하거나 병실이 없어 집에서 혼자 사망하는 노인이 증가하고 있다고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는 전했다.
프랑스 동부 그랑데스트 지역은 병상 부족으로 군부대가 투입돼 임시병상을 설치하고 있다. 이탈리아 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의사 간호사가 3000명에 달하면서 의료진 건강 문제도 커지고 있다고 이탈리아 안사 통신 등은 전했다. 23일 기준 유럽 내 확진자수는 이탈리아(6만3927명), 스페인(3만3089명), 독일(2만9056명) 프랑스(2만104명) 등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