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 소비자금융 디지털 전환 전략
한국씨티은행의 변화챔피언 그룹은 경영진과 은행의 디지털 전환 전략을 논의하고 구성원과 소통하면서 변화를 선도했다. 한국씨티은행 제공
○ 위기를 기회로 바꾼 역발상
한국씨티의 디지털 전환 전략의 시발점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정부는 비대면으로 계좌 개설이 가능하도록 금융실명제 규제를 전격 완화했다.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지만,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은 전통적인 은행에도 놓칠 수 없는 기회임을 간파했다. 특히 다른 은행 대비 지점 수가 적어 소비자금융이 취약했던 한국씨티 입장에선 비대면 금융 규제의 완화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좋은 기회였다. 박 행장은 2016년 기존엔 은행, 카드로 구분돼있던 애플리케이션(앱)을 하나로 통합하고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을 전면 개편한 모바일 앱 ‘씨티 모바일’을 출시했다. 디지털 채널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지점 통폐합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한 것이다.
급진적인 변화를 추진할수록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리더가 사전에 구성원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의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한국씨티는 영업점 통폐합에 앞서 다양한 직급의 실무자들로 변화챔피언 그룹을 구성해 직원 커뮤니케이션을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역할을 맡겼다. ‘챔프’라고 불린 이들은 매달 소비자금융그룹장과 만나 은행의 전략과 방향성을 논의하고 동료들의 피드백과 의견을 공유했다.
씨티 모바일 앱의 첫 화면.
한국씨티는 소형 점포들의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기존 점포에 분산돼 있던 WM 기능을 WM센터로 대형화했다. 돈 관리에 민감한 자산가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으로 WM센터를 개편한 것이다. 또 개인 PB의 역량에 의존하는 대신 팀 기반의 투자자문 서비스 체제를 강화했다. PB 개인이 관리하던 고객을 전담 PB 외에 포트폴리오 카운슬러, 보험, 외환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팀이 관리하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덕분에 고객의 투자 성향에 따라 포트폴리오 기반으로 안정적으로 투자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 기술은 현업에도 적극적으로 도입됐는데, 그 과정에서 부서 간 협업과 역량 개발도 촉진됐다. 이노베이션 팀은 여신심사역들과 협업해 업무자동화(RPA) 기술을 현업에 도입했다. 그 과정에서 전산 개발 경력이 전무한 여신심사역들이 직접 코딩을 배우기까지 했다. 정보기술(IT)과 협업 부서 간 능동적인 협업의 성과는 씨티 아태지역에서 ‘지속가능한 성장 어워드’를 수상할 정도로 그룹 내에서 인정을 받았다.
한국씨티는 일반 영업 점포뿐 아니라 콜센터 세 곳을 포함한 소비자금융 부서와 업무, 전산 부서를 서울 영등포구 영시티 신사옥으로 통합하면서 전체 사무 공간을 스마트워크가 가능한 공간으로 전면 리모델링했다. 가장 큰 특징은 부서, 직급과 관계없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전면적인 공유 좌석제를 실시한 것이다. 이곳 직원들은 매일 출근한 순서대로 본인이 원하는 좌석을 선택한다. 집중 업무실, 방음 회의실, 워크 카페 등 다양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데, 가상 데스크톱 인프라(VDI)를 전 좌석에 설치한 덕분에 어느 좌석에서든 내 컴퓨터처럼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이렇게 오픈된 환경은 직급과 상관없는 수평적 소통을 확산시켰고, 직원들은 자기가 원하는 업무 환경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한국씨티의 디지털 전환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장기적인 해결 과제도 남아 있다. 영업점 통폐합의 결과로 지점이 수도권 지역에만 편중되면서 지방이나 금융취약계층의 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받는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인력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면서 대규모 신입사원 공채는 중단했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씨티는 모바일 앱에 강점을 가진 외국계 중형 은행이라는 특수성을 활용해 다른 은행들보다 더 과감하고 신속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었다”며 “기존 은행들도 디지털 경쟁력 강화 전략 수립 시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