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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100조 긴급 수혈, 신속 집행해 기업 연쇄부도 위기설 잠재워라

입력 | 2020-03-25 00:00:00


정부는 어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2차 비상경제회의를 열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에 대해 100조 원의 구호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달 19일 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민생 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으로 제시했던 총 50조 원 대책을 2배로 늘린 긴급 수혈자금이다. 구체적으로는 KDB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통한 정책금융을 29조1000억원 늘렸고, 10조 원 규모였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20조 원으로 확대했다. 또 회사채 및 단기 자금 시장 안정을 위해 총 17조8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정부가 불과 일주일 사이에 50조 원가량 지원자금을 더 늘린 것은 그만큼 경제위기 확산속도와 범위가 빠르고 넓기 때문이다. 기대를 모았던 6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마저 반짝 효과에 그쳐 주가와 원화가치가 다시 곤두박질쳤다.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은 물량만큼이나 집행 타이밍이 중요하다. 직원들 월급조차 주기 어려워진 항공사 등 일부 기업들은 당장 다음 달 만기가 돌아오는데 현금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을 돕는 자금인 채권담보부증권은 해당 기업이 회복 불능일 정도로 소나기를 맞기 전에 얼른 우산을 펴 줘야 한다.

문 대통령이 밝힌 것처럼 중소기업 자영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들까지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소비시장 마비 등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 대우그룹 파산을 통해 대기업이 무너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충분히 경험한 바 있다. 수많은 협력회사들의 연쇄 부도로 이어지고, 거래 은행들까지 넘어졌다. 자금지원은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 때가 아니다.

전 세계가 기업들의 일시적 자금경색을 막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23일 기업과 금융기관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많은 3000억 달러를 쏟아붓기로 했다. 사실상 무제한의 유동성 공급 선언이다.

비상경제회의는 이 밖에 고용유지지원금을 대폭 확대하고, 4대 보험료와 전기료 등 공과금 납부를 유예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검토를 넘어 신속한 결정과 집행이 뒤따라야 한다. 긴급자금지원을 포함한 회의 결정 내용이 일선 부처, 금융창구로까지 신속히 전달돼 기업에 집행돼야 한다. 시중에서는 기업들의 어음, 회사채 결제 불능에 따른 줄도산과 그에 따른 4월 위기설까지 나돌고 있다. 지금 우리 경제에 당장 필요한 것은 시장의 불안을 진압할 충분한 물량 공세와 속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