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공개 ‘박사방’ 주범은 누구… 한달 1, 2번꼴 복지관 봉사활동 대학 성적 뛰어났던 ‘두 얼굴’… 고교시절 왜곡된 성의식 드러내
성 착취 동영상을 제작해 유통한 혐의로 구속된 ‘박사’ 조주빈이 한 봉사단체의 활동에 참여하는 모습. 봉사단체 홈페이지 화면 캡처
24일 인천의 한 자원봉사센터에서 만난 센터 관계자 A 씨는 한숨부터 푹 내쉬었다. A 씨가 텔레그램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25)을 처음 만난 건 2017년 10월. 군대에서 제대한 조주빈은 인천의 한 장애인종합복지관과 봉사센터 등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 2018년 12월 범행을 시작한 뒤에도 조주빈은 봉사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인들은 조주빈이 ‘박사’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한 달에 한두 번꼴로 복지관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학교 성적도 우수한 ‘착실한 청년’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교우관계는 원만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주빈이 학보사를 다니던 당시 학교 방송사에서 활동한 B 씨는 “학보사가 원래 8∼10명이었는데 조주빈과 마찰을 빚고 다 나가서 2명만 남은 적도 있다”고 했다. 조주빈이 학보사 시절 쓰던 이메일 주소를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지식 답변 플랫폼에 입력해보니, 14세였던 2009년부터 ‘지식의 끝’이란 닉네임으로 활동해왔다. 대학 진학 직전까지 달았던 답은 477개에 이른다.
그가 올린 글들은 왜곡된 성의식을 드러내곤 했다. 2012년 10월 조주빈은 미성년자 음란물을 내려받았다는 누리꾼이 ‘다운받기만 해도 잡혀간다는데 어떡하느냐’고 묻자 “단속에 걸리면 잡혀가지만 걸릴 확률은 낮으니 걱정 마라”는 글을 남겼다. 같은 해 11월에는 ‘걸그룹 섹시코드가 사회 혼란을 부추기나’라는 질문에 “오히려 사람들 욕구 해소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대답했다.
봉사단체에 따르면 조주빈은 2018년 3월부터 1년 정도 봉사활동을 나가지 않았다. 봉사단체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다시 나왔는데 그때부턴 휴대전화를 자주 만지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생각하니 메신저를 하는 듯했고, 여성 사진들도 보였다”고 했다. 조주빈은 19일 구속되기 일주일 전인 12일에도 봉사단체를 방문했다. 함께 봉사활동을 한 지인에게는 “도청장치를 만들어 뭔가 해보자”는 권유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민 blick@donga.com·이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