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한국의 젊은 건축가들〈4〉 이승택·임미정 건축사사무소 stpmj 공동대표
이승택(왼쪽), 임미정 건축사사무소 stpmj 공동대표.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2009년 미국 뉴욕에서 실무 작업을 함께 시작하면서 사무소 이름에 이어 ‘도발적인 사실주의(provocative realism)’를 추구하자는 지향점을 정했다. 현실의 여러 제약을 감안한 사실주의, 보다 진취적인 공간을 구현하고 싶다는 도발적 이상주의의 두 대립적 가치를 양쪽으로 극한까지 추구하면 그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이 소장)
건축이라는 행위는 기본적으로 수많은 요구와 조건들 속에서 타협점을 찾는 과정이다. 그 지점을 ‘어떻게 찾아나가느냐’에 대한 답이 ‘어떤 건축가인가’를 결정한다. 두 사람이 출발점에서 정한 지향점은 길을 찾다가 현실에 치여 이상을 망각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읽힌다. 익숙한 전형의 가치를 인정하되 동시에 한 걸음 진화시키고자 하는 열망이 건물의 형태, 공간의 연출, 재료의 선택, 평면의 얼개에서 또렷이 드러난다.
서울 강서구의 단독주택 ‘오층집’. ⓒ배지훈
건물이 빈틈없이 들어찬 대도시 주거지역을 걷다 보면 4층 이상의 부분을 사선으로 잘라낸 듯 지은 건물을 흔히 볼 수 있다. 높이 9m 이상 부분 외벽을 북쪽에 인접한 대지의 경계선으로부터 해당 부분 높이의 2분의 1 이상 떨어뜨려야 하는 건축법에 따른 결과다.
주거지역 건축법의 제약에 의해 필연적으로 만들어지는 상층부의 빗면을 디자인 요소로 받아들여 건축주의 딸들을 위한 예쁜 테라스를 만들었다. ⓒ배지훈
“붉은 벽돌 외피에 넉넉한 깊이의 작은 창들을 세로로 내고 위쪽 테두리는 아치 모양으로 둥글렸다. ‘얼핏 주택이 아니라 종교시설처럼 보인다’는 의견에는 ‘주택의 창문이 반드시 커다란 사각형 가로 창이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하고 싶다. 크게 뚫린 창문을 대부분 블라인드로 가리고 생활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세로로 낸 창이 사생활 보호에 더 유리하다.”(임 소장)
경북 예천군 농가의 ‘시어 하우스’. 박공지붕의 전형에 간명한 변화를 더해 공간의 역동성을 높였다. ⓒ배지훈
“오래 묵은 건축적 전형의 시간성이 가진 가치는 흔히 말하는 레트로(복고)와 다르다. 그저 ‘오래된 것이 좋다’고 하는 게 아니라, 옛 공간의 자취에서 돌이켜 볼 만한 정보를 담은 요소를 선별해 남겨놓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미지가 아닌 실체의 가치를 확인하면서 그것을 발판으로 변화를 추구하려 한다. 갈수록 더 단정해 보이는 듯하면서 실은 더 과감한 공간을 선보일 수 있을 거다.”(이 소장)
::이승택 임미정 대표::
미국 하버드 디자인대학원(GSD) 졸업
2016년 미국건축사협회 뉴욕신진건축사상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 젊은건축가상
2019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주거부문 우수상
2020년 미국건축사협회 뉴욕디자인어워드 건축부문 대상
2016년 미국건축사협회 뉴욕신진건축사상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 젊은건축가상
2019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주거부문 우수상
2020년 미국건축사협회 뉴욕디자인어워드 건축부문 대상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