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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줄어드는데 씀씀이는 커지고…‘증세’카드 꺼내나

입력 | 2020-03-25 07:17:00

© News1


정부가 내년 나라살림을 확장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증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세금이 잘 걷히지 않는 가운데 나라살림을 늘리기 위해서는 적자국채를 대량으로 발행하거나 증세를 통해 재원을 조달하는 방법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적자국채 발행은 재정건전성에 대한 부담으로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증세 쪽에 무게가 기운다. 하지만 증세 역시 국민적 조세저항에 부딪힐 수 있어 정부로서는 부담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2021년 예산편성지침을 각 부처에 전달하고 내년 예산짜기에 돌입했다.

◇지출은 늘고 수입은 줄고

내년 예산규모는 최소 546조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상 내년 예상 지출 증가율 6.5%를 적용한 수치다. 올해 예산 512조2500억원에 6.5%(33조3000억원) 증가하면 내년 예산은 545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올해 지출증가율과 비슷한 9%대 증가율이 적용되면 내년 예산은 558조원으로 껑충 뛰게 된다.

정부도 기초연금 확대 등 복지예산 증가와 코로나19 피해로 인한 경기회복에 드는 소요를 감안해 내년 예산을 확장적으로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고정적으로 나가는 복지와 같은 의무지출비율이 50%에 달해 정부가 예산을 임의대로 줄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지출은 계속해서 늘어나지만 수입은 줄어들고 있다는 데 있다. 앞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에 반영된 정부 총지출은 올해 512조2500억원에서 523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미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예상 재정지출 규모를 10조원 가량 넘어섰다.

반면 정부가 추경에 반영한 예상 총수입은 본예산 기준 481조8000억원에서 481조6000억원으로 1000억원 깎였다. 이는 올해 예상 세수감소분을 반영한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는 추경안 제출당시 올해 예상 국세수입을 본예산 기준 292조원보다 3조2000억원 줄어든 288조8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추경에 포함됐던 세입경정예산이 삭감되면서 세수 부족이 메워지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세수상황도 녹록하지 않다. 올해 1월 국세수입은 36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1월 37조1000억원보다 6000억원 덜 걷혔다.

◇법인세? 부가세? 소득세?…어떤 세목 증세 가능할까

이처럼 세수실적이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의 내년 예산운용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수입이 줄어들게 되면 적자국채 발행으로 국가채무가 눈덩이처럼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중기재정전망에서 내년 국가채무를 887조6000억원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미 올해 국가채무가 추경편성으로 815조5000억원에서 10조4000억원 늘어난 상태다. 내년 정부가 확장적 재정을 운용할 경우 국가채무는 예상치를 넘어 9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2%를 넘게 돼 재정건전성에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증세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는 내년 예산이 늘어날 가능성은 높다고 보여지는데 이에 따른 국가채무 증가폭이 매우 가파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가채무 관리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는 형태로 진행될 경우 증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가장 손쉽게 증세를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은 법인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법인세를 더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법인세 인상으로 현재까지 잡음이 끊이질 않는 것처럼 법인세 인상에 따른 조세저항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해외 사례처럼 현재 10% 부가가치세를 15%로 인상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국민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세저항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부가세 인상 논란은 수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번번히 논의과정에서 수포로 돌아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3대 세목 중 하나인 소득세 인상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직접적인 세율인상보다 신용카드 공제 등 공제나 감면혜택을 줄여 실질적으로 소득세를 더 걷는 방법이 우선 고려될 수 있다. 하지만 소득세를 인상할 경우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직장인들의 세금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정부로서 부담이다.

성 교수는 “올해 재정이 상당히 많이 늘어났고 거기에 추경도 하고, 아마 현재로서는 2, 3 차 추경도 고려 안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나빠지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내년까지 그럴 가능성이 있다”며 “(세금을 인상하지 않고는)재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데 상당한 도전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