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 후보 등록일을 하루 앞둔 25일 자신들이 주도해 만든 비례대표 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으로의 ‘의원 꿔주기’를 위한 의원총회를 열었다. 불과 한 달 여 전 “당 대표가 직접 현역의원 이적을 권유하는 후안무치한 정치”(이재정 대변인 논평)라고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를 맹비난하고 정당법 위반으로 고발까지 했던 민주당이 결국 한달 여 만에 똑같은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총에는 민주당 의원 128명 중 69명이 참석해 비례대표인 심기준 정은혜 제윤경 의원을 제명해 당적을 옮기기로 의결했다. 앞서 이해찬 대표가 직접 만나 이적을 설득한 4선의 이종걸 의원과 초선인 신창현 이규희 이훈 등 총선 불출마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조만간 개별적으로 탈당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해졌다. 추가로 의사를 밝히는 의원이 없다면 총 7명의 현역 의원이 민주당에서 더불어시민당으로 파견가는 것이다.
제윤경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결국 미래통합당의 의원 꿔주기와 같은 방식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과정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반성하고 있다”며 “이런 일이 나오지 않도록 더 나은 선거법 재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그 동안 비례정당에 대해 반대 의견을 피력해왔던 설훈 최고위원은 의총 자유발언에서 “당원투표라는 절차에 의해 결정된 당론을 따르겠지만, 이 상황에 대해 우리가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용진 의원도 “무거운 마음으로 의총을 했다”며 “이게 좀 엉뚱하게 가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드는데 현실적으로 이렇게 해야 한다고 하니…”라고 했다.
한 재선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 지도부로부터 이적을 권유받은 의원들 중 상당수가 이상하게 비쳐질 것을 우려해 적잖이 고민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 의원들을 파견하게 될 것이었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내놓고 비례민주당을 직접 만드는 게 나았을 것 같다”고 비판했다.
7명의 현역의원을 보유하게 되는 더불어시민당은 총선 비례대표 정당투표용지에서 민생당(21석) 미래한국당(10석) 정의당(6석)에 이어 네번째 칸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공직선거법 150조에 따르면 5명 이상의 지역구 의원을 가진 정당이나 직전 대통령 선거·비례대표 의원 선거 등에서 3% 이상을 득표한 정당은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호를 우선 받게 된다. 민생당 미래한국당 정의당은 모두 통일 기호 우선 부여 대상이기 때문에 더불어시민당이 정의당보다 의석 수는 많지만 투표용지상에선 뒤로 밀린다. 한 명 이상의 지역구 의원이 더불어시민당으로 추가로 옮길 경우 민주당은 정당투표용지에서 정의당 위인 세 번째 칸을 차지하게 된다. 이에 대해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기호에 욕심을 내기보다 비례정당에 의석이 없으면 20번이 될지, 30번이 될지 모른다”며 “어느 정도 의석을 갖추어서 투표용지 앞쪽에 올라오는 것이 당을 찾기에도 편하다. 그런 차원에서 (현역 의원들에게 이적) 권유를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민주당의 행태를 두고 ‘내로남불’이란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미래통합당 소속 불출마 의원들이 미래한국당으로 이적하자 황교안 대표를 정당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윤 총장은 황 대표에 대한 고발을 취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미래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을 창당하기에 앞서 이적만이 아니라 창당을 주도했고, 우리는 시민사회가 만든 정당에 참여하는 것이어서 조금 다르다”고 부인했다.
김지현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