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장병들의 10년 삶 담은 책 출간
천안함 폭침 예비역 생존자들이 2018년 찍은 단체 사진. 이들이 입은 티셔츠에 적힌 ‘PCC-772’는 천안함의 선체 번호다. 전준영 씨(뒷줄 오른쪽에서 첫 번째)는 ‘살아남은 자의 눈물’을 다음 달 초 출간한다. 천안함예비역전우회 제공
2010년 3월 26일. 그 사건, ‘천안함 폭침’이 터졌다. 생존 장병인 김정원 씨(31)는 25일 “지난 10년을 돌아봤을 때 이 말이 먼저 떠오른다”고 했다. 생환 당시 한 해군 동료는 김 씨에게 이렇게 쏘아붙였다고 한다. 폭침이 터지고 2년 뒤 결국 제대를 택한 김 씨는 “따뜻하게 보듬어주기는커녕 오히려 매몰차게 대하는 주위의 시선이 가장 힘들었다”고 전했다.
26일 10주년을 맞는 천안함 폭침은 살아남은 이들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그 역시 생존 장병인 전준영 씨(33)는 올해 1월부터 전국으로 흩어진 생존 전우들을 찾아다녔다. 현재 천안함 생존 장병은 모두 58명. 군을 떠나 사회에 정착한 33명 가운데 17명을 만났다. 그들이 지나온 삶의 궤적이 담긴 책 ‘살아남은 자의 눈물’(사진)이 다음 달 초 출간된다.
전 씨가 만난 생존 장병들이 10년 동안 가장 많이 받은 건 바로 의심의 눈초리였다고 한다. “진실을 숨기려고 말맞추기를 했다” “군에서 거짓말하라고 지시 받았다”는 말을 시도 때도 없이 들었다. 이 때문에 생존 장병들은 스스로 혹은 동료에게 항상 다짐하는 게 있다. “천안함 생존 장병이란 사실을 최대한 숨기고 살아라.” 공무원으로 일하는 한 생존 장병은 “천안함 생존자라는 게 알려지면 괜한 편견과 오해가 생길까봐 천안함 행사도 참석하지 못 한다”고 했다.
뭣보다 천안함 폭침은 그들에게 현재진행형이란 점이다. 생존 장병들은 “취업을 하려 할 때 천안함 생존자라고 하면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바라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천안함예비역전우회가 예비역 생존 장병 17명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을 조사했을 때도 ‘취업 지원’(8명)이란 대답이 가장 많이 나왔다.
전 씨는 “초기에는 국가가 취업을 도와주겠다는 약속도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문제아’ 취급을 했다”고 했다. 생존 장병 김윤일 씨(32)는 “패잔병이니 사형시켜야 한다는 인터넷 댓글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일도 있다”고 떠올렸다.
의료 지원도 이들에게 꼭 필요했다. 생존 장병 신모 씨는 폭침 후유증이 심해 지난해 수술까지 받았다. 신 씨는 “의료장비와 수술비까지 4000만 원 넘게 들었지만 국방부로부터 500만 원을 지급받은 게 전부”라고 말했다.
전 씨는 ‘살아남은…’ 책표지에 이런 글을 남길 예정이다. “‘죽은 자의 명예’가 자랑스럽고 ‘살아남은 자의 눈물’이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
구특교 kootg@donga.com·이청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