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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20명이 ‘무증상-경증 환자’ 190명 밤새 관찰

입력 | 2020-03-26 03:00:00

[메디컬 현장]경주 ‘대구경북2생활치료센터’ 가보니




12일 오후 의료봉사를 하기 위해 찾은 경북 경주시 대구경북2생활치료센터. 이곳의 첫인상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자원한 간호사 9명과 간호조무사 9명, 공중보건의 6명, 고려대의료원 의료진 2명 등 20여 명이 경증환자 약 190명을 돌보았다.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환경부, 국방부, 119 소방본부 등 60여 명의 파견 공무원도 함께였다. 생활치료센터의 근무 여건은 예상대로 녹록지 않았다. 의료진은 일손이 모자라 2교대로 일했다. 식사는 도시락으로 해결했고, 숙소가 부족해 주변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의료진도 있었다. 주변 분위기도 흉흉했다. 식당 문을 연 곳을 찾기가 힘들었다. 택시 운전사도 생활치료센터 방향으로 가면 혹시 확진자가 아니냐고 물었다.

○ 생활치료센터는 병원과 달라

2일 처음 문을 연 센터는 초기 234명이 입소했지만 퇴소자가 많이 생기면서 매일 줄고 있다. 25일까지 총 178명이 퇴소했다. 생활치료센터는 전국에 18곳이 운영 중이다. 전체 입소 가능 정원은 4000여 명. 이곳 환자들은 대개 2주 동안 머물며, 자가 격리를 포함해 2주 뒤 24시간 간격으로 2번의 진단검사 결과 음성이면 퇴소한다.

13일 경북 경주시에 위치한 대구경북2생활치료센터에서 의료봉사에 나선 본보 이진한 기자(오른쪽)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를 위한 도구를 들고 환자들이 입소 중인 센터로 걸어가고 있다. 고려대의료원 제공

생활치료센터는 병원과는 전혀 달랐다. 대부분 무증상이나 경증 환자들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치료보다 환자 상태를 관찰, 관리하고 검체 검사를 한 뒤 퇴소하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따라서 환자의 심리적 불안을 달래는 게 중요했다. 초기 심리치료사가 와서 환자들을 전화로 상담하기도 했지만 자원봉사를 마친 뒤 이를 이어나갈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전화 상담을 고스란히 간호사들이 하고 있다.

하루에 연락이 오는 전화만 200통이 넘었다. 주로 생활하다가 불편하거나, 언제 나갈 수 있는지, 또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궁금하다는 문의들이다. 일일이 받다 보니 의료진의 피곤이 누적돼 여기저기 책상에 엎드려 있기 일쑤. 의료 봉사자인 이경남 수간호사(52)는 “환자들 관리도 대부분 전화로 하기 때문에 환자 상태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 힘들 때가 많다”고 했다. 그는 “힘들지만 환자들이 ‘의료진, 너무 고맙습니다. 파이팅!’이라고 쪽지에 적어 보여주거나 환자들이 퇴소한 뒤 전화를 걸어와 ‘까다롭게 굴어 미안하다. 고생하셨다’고 할 때 큰 힘이 된다”고 했다.

○ 주로 하루 일과는 환자들 검체 채취

생활치료센터에서 가장 주된 업무는 오전 전체회의 뒤 환자들의 검체를 채취하는 것이다. 온몸을 뒤덮는 방호복을 착용한 의료진이 퇴원을 앞둔 20∼30명의 환자에게 검체를 채취한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는 일일이 환자들을 찾아가 검체를 채취했지만 이곳은 환자들을 복도로 나오게 해서 검사했다. 가족들이 한꺼번에 입소한 경우도 있다. 나이가 어린 경우 검체 채취에 어려움을 겪는데 이때는 부모 도움을 받았다.

실제로 정신지체 장애인이 입소한 경우 검사가 쉽지 않았다. 검사를 무서워해 이를 거부했기 때문. 한동안 어르고 달랬지만 계속 도망을 다녔다. 그러길 20분, 결국 심하게 거부하는 장애인의 양팔을 부모가 모두 붙잡아 겨우 검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온몸에 땀이 줄줄 나는 순간이었다. 이날 오후도 긴장의 연속이었다. 65세 할머니가 X선 검사에서 폐렴 소견을 보였고 37.5도의 열이 발생한 것. 이곳에 파견된 복지부, 행안부, 119 소방본부 공무원들에게도 비상이 걸렸다. 결국 의사들과 상의한 끝에 포항의료원으로의 이송을 결정했다.

생활치료센터는 병원이 아니어서 갖춰진 의약품이나 의료기기는 별로 없다. 감기 증상을 가라앉힐 수 있는 정도의 비상약품 정도다. 병원이 아니다 보니 처방전을 쓰는 것도 쉽지 않다. 가령 환자에게 필요한 약(항생제 고혈압 당뇨병 등 처방전이 필요한 것들)을 처방받으려면 공중보건의들이 손으로 처방전을 쓴 뒤 해당 약국에 팩스를 보내거나 가족들이 대신 약을 받아야 한다. 약품 배달 서비스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진, 근무자 등 개인별 소독을 위해 설치한 공중전화 박스 모양의 자외선 대인 소독기 2대도 눈길을 끌었다.

손장욱 고려대의료원 감염내과 교수는 “입소 환자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으로 몸 상태를 일일이 체크할 수 있는 스마트 환자관리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위험 시그널을 사전에 감지하고 있다”며 “환자들이 힘들어할 때는 고려대의료원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진과 심리 상담을 위한 핫라인도 구축했다”고 했다.

경주=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