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 사진=뉴시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6일 “제주는 피난처가 아니다”라며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는 입도객들에 대해 법적 조처 하겠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이날 제주도청에서 열린 코로나19 합동 브리핑에서 제주 여행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미국 유학생 사례를 언급하며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는 입도객에 대해서는 최대한 철저히 조사한 뒤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여지를 끝까지 추적하고, 단호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미국 유학생 A 씨는 지난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20일부터 24일까지 제주를 여행했다. 이후 거주지가 있는 서울로 돌아갔고, 강남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실시한 결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원 지사는 “이 확진자는 미국에서 입국한 뒤 14일간 자가격리 하라는 정부의 권고를 따르지 않고, 입국 5일 뒤에 제주로 여행을 왔다”며 “입도 첫날부터 증상이 있었음에도 제주 곳곳을 다녔다”고 했다.
또 원 지사는 “제주는 피난처가 아니다”라며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청정지역이지만, 이것은 제주도민들이 일상을 희생하고, 증상 또는 위험 요인이 전혀 없는 도민들까지도 자가격리 수준의 협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지키고 있는 청정 제주”라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해외여행 이력이 있고, 더구나 유사 증상까지 있는데도 굳이 제주로 여행을 오고, 또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이기적인 자기 즐기기, 엔조이 여행을 하는 관광객은 필요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해외여행 이력이 있는 사람은 잠복 기간에 제주에 오지 말아달라. 오더라도 강제 격리시키겠다. 이미 와있는 사람은 증상 여부와 관계없이 즉각 검사를 받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택시 등 다른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동선은 피해달라”라며 “필요하면 전용 차를 보내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원 지사는 “제주를 다녀간 확진자들이 그나마 마스크는 계속 쓰고 다닌 것으로 봐서 최소한의 조심은 했다고 보이지만, 마스크를 썼더라고 확진자가 다녀간 모든 곳은 폐쇄되고, 접촉자들은 자가격리 된다”며 “마스크가 면죄부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해외여행 이력이 있는 사람, 그리고 위험을 안고 있는 사람은 곳곳에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이동과 접촉을 자제하는 것으로 제주 사랑을 증명해달라”고 당부했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