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신문이 지난 18일 보도한 평양종합병원 착공식 모습.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 참석했다는 노동신문의 보도(3월 18일 자)를 보면서 궁금했던 점이 있었다.
신문은 병원이 들어설 자리가 ‘명당’이라고 거듭 언급했는데, 그 자리가 왜 명당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구글 어스를 통해 병원 위치를 확인해 보니 병원은 평양의 중심부에 지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동평양에 있는 당 창건 기념탑 바로 앞 광장에 들어선다. 대동강을 바로 내다볼 수 있는 위치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것은 내 추정일 뿐이라 갈증을 해소할 수는 없었다. 마침 <서울 평양 스마트시티>의 저자인 민경태 통일교육원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명당자리’에 대한 본인의 해석을 내놔 찬찬히 읽어봤다.
민 교수에 따르면 평양의 도시계획에는 2개의 중요한 경관축이 존재하는데, 그중 하나인 ‘조선혁명박물관-만수대기념비-당 창건 기념탑’을 연결하는 축에 병원이 들어선다.
민 교수는 이번 건설을 이례적으로 바라봤다. “대규모 시설이 들어서기보다 조망을 위해 비워두는 공간으로 계획된 곳에 병원이 들어서게 된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북한이 공개한 조감도에 나타난 병원의 모습을 두고도 그는 “대규모 병원 건물이 들어서는 바람에 경관이 가로막히는 것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됐다”라며 “고층부에 두 개의 타워를 배치하고 브릿지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바람길을 내어 시선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도록 설계한 것은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답은 결국 북한이 공개한 것 같다. 지난 24일 자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보면 이곳이 왜 명당인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통신은 1948년 3월 김일성 주석과 부인인 김정숙이 ‘동평양벌’을 보러 나온 일화를 소개했다. 김정숙이 이곳을 며칠 째 돌아보면서 종합병원건설의 부지를 찾았고 이를 김일성 주석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김일성 주석도 “벌이 넓어 큰 병원을 건설하기 적당하다”라고 만족했다고 한다. 통신은 “위대한 수령님께서 몸소 확정해 주신 이곳에 일떠설 인민의 종합병원의 모습이 일꾼들의 눈 앞에 안겨 왔다”라며 이번에 병원을 건설하는 부지가 김일성 주석이 지정해 준 곳임을 시사했다.
이처럼 선대 지도자가 직접 정해준 위치니 북한에서 왜 이곳을 명당이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됐다. 김정은 위원장도 지난 착공식에서 평양종합병원 건설이 “우리 당(노동당)이 오래전부터 구상하고 숙원해 온 사업”이라며 “수령님(김일성 주석)과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제일로 기뻐하실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평양종합병원을 ‘보건의 중심 기지’로 세울 구상을 지난 착공식에서 밝혔다. 기존의 병원들의 기능을 한 곳으로 집약하고, 새롭게 의학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번 병원 건설은 철저히 ‘인민중심 제일주의’에 따른 것이라는 구상도 공개됐다. 김 위원장은 착공식 연설에서 평양종합병원을 ‘인민을 위한 또 하나의 재부’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꼭 과거 일화나 지리적 위치를 따지지 않아도 명당이 맞겠다 싶다.
김 위원장은 평양종합병원의 건설을 다른 건설 사업보다 우선순위에 두겠다고 밝혔다. 이 역시 인민을 위한 보건 사업 강화 차원에서다. “돈이 없어 병원 문전에도 가지 못하고 숨진 인민들”을 언급하며 무상 의료제를 실시한 할아버지의 꿈을 이루는 셈이기도 하다. 명당에 들어서게 될 평양종합병원은 이제 김정은 시대 ‘애민’ 정치의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