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폴 카버 영국 출신 서울시 글로벌센터팀장
물론 한국도 경계 태세를 늦출 수 없다. 그래서 최근 ‘잠시 멈춤’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아직까지 다른 나라 같은 강제 제재가 아니라 ‘불필요한 외출 자제’지만 제재명령이 내려오더라도 큰 걱정은 없다. 한국은 온라인으로 상품을 구매하고 택배로 받는 일이 일상이 될 정도로 e커머스(전자상거래)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외국인들이 언어의 장벽은 당연한 것이고 지나친 친절을 베풀거나 외국인을 무서워해서 아예 무시하는 직원을 마주하는 불편들 때문에 온라인 구매를 더 많이 선호한다.
페이스북에도 관련 커뮤니티가 하나 생겼다. 명칭은 ‘외국인 식료품 전문가’다. 회원끼리는 서로의 신상, 구하기 힘든 물품에 대한 ‘꿀팁’을 교환한다. 또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와 비슷하게, 회원들이 두 파로 나눠서 서로 선호하는 온라인 사이트를 옹호한다. 다만 제트단과 샤크단 대신에 ‘G’파와 ‘쿠’파로 나뉜다.
요새 외국에서는 코로나19 탓에 사재기를 한다는 뉴스들이 계속 뜨고 있다. 특히, 화장지 때문에 일어나는 몸싸움을 볼 때마다 웃음밖에 안 나온다. 독자 여러분처럼 나는 한국에서 몇 년마다 이사와 집들이를 종종 했으며 평생 쓰지 못할 만큼의 화장지를 집들이 선물로 받았다. 다음에 이사 가면 안방, 손님방, 화장지방까지 있는 스리룸으로 이사 가야 할 정도로 쌓여 있다. 그래서 온라인 스토어를 만들어서 ‘해외 직매’를 할까 농담도 하곤 했었다.
사실 온라인 판매 일은 한국에서 거주하는 외국인에게 매우 적합한 업무다. 한국, 본국 양쪽 시장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 우위가 있고, 자본이 적은 외국인 거주자들은 매장 임차료와 시설비를 아껴 저렴한 비용으로 시작해 반응이 좋으면 대박이 날 수도 있다. 그동안 서울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했던 외국인 1인 기업들이 그런 사업들을 많이 시도해왔다. 본국에서 좋은 상품을 들여와 한국에 팔기도 하고 반대로 해외에서 인기 많은 한국 아이돌 기념품부터 화장품, 패션 안경테, 식료품까지 팔기도 한다.
코로나 때문에 무급휴가에 들어가거나 해고당하는 외국인들도 많아지면서 온라인 판매자로 ‘새 출발’ 하려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처음에는 해외 판매 플랫폼인 아마존이나 알리바바를 많이 선호했지만 요새는 네이버나 쿠팡 오픈마켓 등의 인기가 높아졌다.
인류가 혁신적인 것은 분명하다. 새로운 환경에 빨리 적응하고 발달한다. 한국의 e커머스 산업은 아주 뛰어나고, 많은 분들이 어쩔 수 없이 오랫동안 집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에서 새롭게 발전할 수 있는 위대한 도약이 될 것 같다. 내외국인 소비자들은 내외국인 온라인 판매자와 결합해서 글로벌 무역의 선순환을 만들었으면 한다.
폴 카버 영국 출신 서울시 글로벌센터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