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슬로건에 담긴 여야 ‘정치 공학’ 1992년 미국대선 “문제는 경제야” 12년 만의 정권교체 이끄는 등 표심 흔드는 결정적 무기 되기도 국내 민주화 이전엔 ‘독재-반독재’
1956년 대선 당시 민주당의 “못살겠다 갈아보자”와 자유당의 “갈아봤자 별수 없다”는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대표적 선거 슬로건이다.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는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economy, stupid)’라는 슬로건을 등에 업고 12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이처럼 때때로 선거에서 슬로건은 ‘바람’을 일으키는 효과적인 무기가 되기도 한다.
지난 총선은 정반대였다. 20대 총선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미래통합당 전신)의 슬로건은 ‘뛰어라 국회야’였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은 총선 후보자들이 당의 5대 핵심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면 1년 치 세비를 국가에 반납하겠다는 ‘세비 반납 계약서’를 쓰기도 했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문제는 경제다! 정답은 투표다!’라는 슬로건을 통해 ‘경제 실정 프레임’을 씌우고자 했다. 부(副)슬로건에는 ‘4월 13일(20대 총선 선거일)은 털린 지갑 되찾는 날’이라며 노골적 표현을 담았다. 19대 총선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과 야당인 민주통합당의 슬로건은 각각 ‘미래를 향한 국민행복과 민생’ ‘민생대란과 무능·부정부패에 대한 심판’이었다.
민주화 이전 선거에서는 주로 ‘독재 대 반(反)독재’가 슬로건의 의제였다. 1960년 5대 민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내세운 슬로건은 ‘독재와 싸운 사람 마음 놓고 찍어주자’였다. 1967년 7대 총선에서 신민당은 ‘통합야당 밀어주어 일당독재 막아내자’를 구호로 한 반면 공화당 후보들은 ‘박(정희) 대통령 일하도록 밀어주자 공화당’을 포스터에 올렸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사회 발전과 다원화로 이념적 문제보다는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해졌다”며 “선거 슬로건 역시 이를 반영해 경제, 복지, 연금 등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의 구체적 관심사를 담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