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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갈리는 투표용지… 지역구 첫칸 ‘민주당’ 비례 첫칸은 ‘민생당’

입력 | 2020-03-28 03:00:00

[총선 D-18]비례정당 난립에 대혼란 우려




지역구 후보를 낸 21개 정당이 같은 지역구에 모두 후보를 냈을 경우를 상정한 가상의 지역구 투표용지.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은 4번 미래한국당과 5번 더불어시민당은 투표용지에 정당명이 없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5명 이상 소속돼 있거나 직접 선거에서 전국 유효투표 총수의 100분의 3 이상을 득표한 정당에 전국 통일 기호가 부여되며 6번 정의당까지 해당된다. 나머지 정당은 원내 의석수 순에 따라 기호를 부여받는다. 의석이 없는 원외 정당 기호는 가나다순.

4·15총선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소에서 받아 볼 비례대표 후보 투표용지는 총선 역사상 가장 긴 51.9cm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결과 38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낸 데 따른 것이다. 정책은 물론 정체성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고 이름이 서로 엇비슷한 정당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유권자들이 어느 때보다 선택에 혼란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1개 정당 소속과 무소속인 지역구 후보 1118명이 등록을 마쳤고, 38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냈다. 21개 정당과 무소속 지역구 후보 934명이 등록한 20대 총선보다 후보자가 184명 많다. 선관위 관계자는 “각 정당이 제출한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두고 선거법에 따라 1번 후보가 여성인지, 기탁금을 제대로 냈는지 등을 검토한다. 이 과정에서 1, 2개 정당은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역대 선거에선 2207명의 후보가 나왔던 2대 총선이, 1987년 민주화 이후엔 1386명의 후보가 등록한 15대 총선에서 후보자가 가장 많았다.

총선에 나선 미래통합당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고 더불어민주당이 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만들면서 지역구 후보 투표용지와 비례대표 후보 투표용지의 순서가 달라지는 촌극도 빚어졌다. 지역구 후보 투표용지에는 의석수가 많은 민주당과 통합당, 민생당 소속 후보가 각각 1∼3번 기호를 받고 투표용지 상단에 위치하게 된다. 하지만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은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은 투표용지에서 정당명이 빠진 채 6번 정의당이 민생당 아래 네 번째 칸에 위치하게 된다.

반대로 비례대표 후보 투표용지에는 후보자를 내지 않는 민주당과 통합당 없이 기호 3번을 받은 민생당이 첫 번째 칸에 놓이게 됐다. 이어 △4번 미래한국당 △5번 더불어시민당 △6번 정의당 △7번 우리공화당 등 순으로 기호를 받게 된다.

27일까지 38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냈다. 선관위는 검증 절차를 거쳐 28일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공개할 예정이다. 1, 2개 정당을 탈락할 수도 있다. 1번 더불어민주당과 2번 미래통합당은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3번 민생당이 첫 번째 칸을 차지한다.

같은 의석을 가진 정당이 둘 이상일 때에는 최근에 실시된 선거에서의 정당 득표수가 높은 정당이 앞 기호를 받고 참여한 선거가 없으면 추첨을 통해 결정한다. 이에 따라 원내의석이 1석인 5개 정당 가운데 과거 선거 참여 이력이 있는 민중당과 한국경제당은 8번 또는 9번을 받고 신생정당인 국민의당, 열린민주당, 친박신당 등 3개 정당은 추첨으로 10∼12번을 받게 된다.

비례대표 후보를 낸 38개 정당이 모두 선관위의 서류 검토를 통과할 경우 투표용지 길이는 51.9cm가 된다. 지금까지 역대 최장 투표용지는 21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냈던 20대 총선으로 길이가 33.5cm였는데 이번 총선에서 기록을 갈아 치우게 됐다.

특히 이번 선거에선 2002년 지방선거에서 개표기가 등장한 이래 18년 만에 수개표로의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개표에는 ‘투표지 분류기’와 ‘심사 계수기’라는 두 기계가 동원되는데 투표지 분류기는 정당 24개, 34.9cm 길이의 투표용지까지 넣을 수 있고 심사 계수기는 정당 39개, 52.9cm 길이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번 비례대표 투표용지 개표에선 투표지 분류기는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일부 기계장치를 사용할 수 없다는 애로 사항이 생긴 건 맞지만 기계는 개표 과정에서 개표 사무원들의 업무를 거드는 보조수단일 뿐”이라고 말했다. 개표 결과 발표도 일부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9, 20대 총선에서 개표에 걸린 시간은 각각 6시간 23분, 7시간 50분으로 총선 다음 날 0시 23분과 오전 1시 50분경 개표 결과가 발표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각 시도 선관위에서 이런 상황에 대비해 1, 2월 동안 수개표 모의 연습을 수차례 진행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계 정당사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려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탓에 정당이 난립하게 됐다고 지적한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박원호 교수는 “1948년 초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48개 정당이 난립한 적이 있는데 70년 전으로 시계를 돌린 것 같다”며 “21대 국회에서 부작용을 막기 위한 선거법 개정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최고야·유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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