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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반토막 났는데…왜 휘발유값은 100원밖에 안 내릴까

입력 | 2020-03-28 12:22:00

2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2020.3.22/뉴스1 © News1


국제유가는 연일 급락하고 있는데 국내 주유소에서 자동차에 넣는 휘발유 가격은 왜 그 정도로 하락하지 않을까. 정유업계는 휘발유의 높은 세금 비중과 최근 급상승한 환율 등이 그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2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20일 배럴당 56.92달러였던 두바이유 가격은 3월23일 24.60달러로 절반 수준이 됐다. 서부텍사스유(WTI) 가격도 2월20일 53.78달러에서 3월18일 20.37달러로 절반 넘게 깎이는 등 국제유가는 단기간에 급격히 하락하는 모양새다.

반면 국내 휘발유 가격은 급격한 하락세는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2월20일 국내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535원이지만, 3월27일은 1412원이다. 국제유가는 반토막이 났지만, 소비자 가격은 123원(8.0%)만 내린 것이다.

이런 현상은 소비자 가격에서 세금 비중이 높은 게 가장 큰 요인이다.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넣으면 국제유가와 관계없이 60%가량의 세금이 고정으로 붙는다. 이를 제외하면 나머지 소비자 가격에서 국제유가 변동분이 반영되더라도 그 하락 폭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전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가(27일)는 리터당 1412원인데, 여기에는 745.89원의 교통세·교육세·주행세와 10%의 부가가치세(141.2원)가 포함돼 있다. 전체 가격의 62.9%(887.09원)가 세금이기에, 정유사 유통비용 등이 포함된 나머지 524.91원에 대해서만 국제유가 하락분이 일부 반영된다.

이 때문에 아무리 국제유가가 크게 하락한다 해도 전체 가격은 크게 하락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10달러든 100달러든 정액으로 붙는 세금은 변동이 없다”며 “국제유가 하락 시기에는 세금으로 인한 착시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도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정유사는 해외에서 석유를 수입할 때 달러로 사는데, 최근 환율이 급상승했다. 이 경우 국제유가에 변동이 없다고 해도 같은 양의 석유를 환율 상승분 만큼 비싸게 사오는 것이기에 실제 소비자 가격까지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3월4일 1달러 당 1183원이었던 환율은 3월19일 1280원으로 보름 사이 100원이나 올랐다. 3월4일 두바이유는 배럴당 50.81달러였는데, 단순 계산으로도 1배럴에 6만108원이던 석유를 6만5036원에 사야 해 5000원 이상 비싸다. 국제유가가 하락했다 해도 그 효과가 상쇄된다는 것이다.

국제유가 하락이 국내 소비자가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보통 정유사는 지난주 국제유가를 토대로 다음주 국내 유통 가격을 정하기에 일주일의 시차가 발생한다. 그렇게 유통된 휘발유는 일반 주유소에 비축된 기존 휘발유가 소진된 이후 시장에 나오기에 실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데는 1~2주가 더 걸린다.

오늘 국제유가가 내려가더라도 국내 주유소에서 자동차에 실제로 주유되기까지 2~3주가 더 걸리는 셈이다. 국제유가가 급락하는 건 매일 오전마다 발표되기에 즉시 알 수 있지만, 실제 가격 반영은 더딘 이유다. 현재 100원가량 내린 국내 소비자 가격은 3월 첫째주에 급락한 국제유가가 일부 반영된 것이란 설명이다.

이 때문에 정유업계는 앞으로 국내 소비자 가격이 더욱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지금은 국제 휘발유 가격도 많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조만간 내림폭이 더 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