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으로 새 삶 사는 손문희 씨
손문희 씨는 달리면서 삶의 힘든 일을 떨쳐내고 있다. 손문희 씨 제공.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잘한 게 마라톤을 시작한 것입니다.”
손문희 씨(60)가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하는 말이다. 평소 건강을 위해 등산을 즐기다 수원마라톤클럽 회원인 지인의 권유로 달리기 시작한 그는 올 2월 23일 마라톤TV 주최 공원사랑마라톤에서 42.195km 마라톤 풀코스 100회를 완주했다. 2007년 4월 달리기 시작해 그해 9월 처음 풀코스를 달렸으니 약 13년 만에 100회 완주를 달성한 것이다.
고혈압에 당뇨까지 있어 약을 복용했지만 지금은 고혈압약은 완전히 끊었고 당뇨약은 최소한으로 먹고 있다. 손 씨는 “의사가 계속 달리고 있고 건강해 약을 안 먹어도 되지만 혹시 모르니 당뇨 약은 먹는 게 좋다고 해 먹고 있어요. 건강검진을 받아도 전혀 문제없게 나옵니다”고 말했다.
달리면서 그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삶에 활력을 찾았고 대회 출전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는 것도 재밌었다.
“사실 10년 전 남편이 갑자기 하늘나라로 떠나는 바람에 힘든 시기가 있었어요. 생업도 해야 했고 남편의 빈자리에 슬프기도 했죠. 그래서 그런 힘든 것을 잊기 위해 더 달리기에 매달렸어요.”
손문희 씨는 마라톤을 시작한 뒤 모든 성인병에서 벗어났다. 손문희 씨 제공.
“달리면 달릴수록 몸이 좋아졌어요. 무엇보다 마라톤을 하다 만난 선배님들과 전국 마라톤대회에 출전하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그는 동아마라톤, 춘천마라톤 등 메이저 대회에도 출전하지만 지방의 군소 대회에도 자주 출전했다.
“영주소백산마라톤과 정읍동학마라톤이 인상적이었어요. 소백산과 내장산을 끼고 있어 경치가 너무 아름다웠어요. 제 고향 경남 합천의 벚꽃마라톤도 달리기에 너무 좋았어요. 마치 벚꽃터널을 달리는 기분이었습니다.”
2009년 도쿄마라톤, 2018년 호치민마라톤, 2019년 블라디보스토크마라톤 등 해외 마라톤에도 출전하고 있다.
손 씨는 평소 주중에 수원마라톤클럽과 2회를 달린다. 평균 16km를 함께 달린다. 주말엔 혼자 수원 팔달산을 달린다. 3km 코스를 8바퀴 정도 달린다.
“요즘은 봄부터 가을까지는 강원도 횡성에서 농사를 짓기 때문에 평일엔 달릴 수 없어요. 하지만 농사짓는 것도 체력 훈련이 됩니다. 농사짓다 주말에 풀코스를 뛰어도 거뜬히 완주할 수 있어요. 요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대회가 다 취소되는 바람에 풀코스를 달릴 수 없어 안타까워요.”
손 씨는 100회 완주 이후 풀코스를 달리지 못하고 있다. 올 1월 1일 해돋이마라톤부터 월 2회 이상은 달렸는데 코로나19로 모든 대회가 취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손문희 씨가 경기도 수원 자택에서 ‘100회 완주 증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그의 뒤엔 마라톤 풀코스 완주 메달이 수북이 걸려 있다. 수원=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마라톤의 매력은 무엇일까?
“산은 힘들면 쉬었다 가도 되는데 마라톤은 멈추면 안 돼요. 그래서 힘들지만 골인지점을 지나면 기분이 날아갈 것처럼 좋아요. 30km를 넘어서면서부터 ‘내가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지’라며 한탄하며 다 쓰러질 듯 결승선까지 가면서도 5분만 쉬고 나면 몸이 정상으로 돌아와 바로 ‘다음엔 어느 대회를 나갈까’를 고민해요.”
손 씨는 이제 기록보다는 완주를 위해 달린다.
“기록을 욕심 낼 때 마라톤이 더 힘들었어요. 그런데 5시간 안쪽으로만 달리자고 편하게 마음을 먹으니 30km를 넘어서면서도 그리 힘들지 않아요.”
손문희 씨(왼쪽에서 네번째)가 수원마라톤클럽 회원들과 함께 100회 완주 플래카드를 들고 기념촬영을 했다. 손문희 씨 제공.
풀코스 100회를 완주했으니 다음 목표는 200회 완주다. 하지만 100회 때와는 다르다.
“100회 땐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매주 달렸지만 이젠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달릴 계획입니다. 즐겁게 건강을 위해 달릴 겁니다.”
그의 주변엔 500회, 300회, 200회 완주한 사람들이 즐비하다. 그들이 이렇게 달릴 수 있는 이유가 기록보다는 즐기면서 달리기 때문이다. 이런 고수들과 완주하고 난 뒤 달릴 때 느낀 점을 얘기할 때도 즐겁단다.
이제 그에게 마라톤은 평생 스포츠다. 주변에서도 마라톤을 하며 건강해졌다고 평가하고 있고 실제로 아주 건강하다. 하지만 마라톤을 평생 즐기려면 다치면 안 된다. 그래서 다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시작이 즐기면서 달리는 것이다. 욕심이 화를 부르기 때문이다. 그는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살면서 가장 잘한 게 마라톤 시작한 것’이라며 마라톤을 권하는 이유는 달리면 즐겁고 건강해지기 때문입니다. 달리면 정말 좋아요. 전 달릴 수 있을 때까지 달릴 겁니다”라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