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보험공사
전북 군산시 소재 S사는 국내에서 가공한 철강을 유럽에 수출하고 있다. 이 업체는 수출 후 통상 90일 뒤에 바이어에게 대금 결제를 받아 왔으나 지난해 유럽연합(EU)이 철강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후부터 매출이 크게 감소해 더 이상 90일의 외상 기간을 유지하기 힘들어졌다. S사의 자금 흐름에 숨통을 틔워준 것은 ‘수출채권 조기 현금화 보증’이다. 보증서를 담보로 은행에서 수출채권을 곧바로 현금으로 회수한 S사는 바이어에게 외상 기간 단축을 요청할 필요 없이 유동성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통상 수출업체가 물품을 바이어에게 보낸 후 현금을 결제받기까지는 2, 3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계속해서 다음 수출을 준비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외상 기간 동안 자금난을 겪게 되고 이를 견디지 못하는 기업은 흑자도산을 맞기도 한다.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는 이러한 수출 중소·중견기업을 위해 지난해 4월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의 ‘수출활력 제고 대책’의 일환으로 ‘수출채권 조기 현금화 보증’을 도입했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외상 기간 중 현금이 부족할 때마다 K-SURE의 보증서를 담보로 수출채권을 은행에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이 덕분에 현금 유동성을 탄력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혹시 모를 바이어의 파산이나 대금 지급 지연도 대비하고 확충한 현금으로 보다 신속하게 신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17일 ‘무역보험기금 500억 원 출연’ 등의 내용을 담은 산업부의 추경안이 국회 본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우리 경제가 미증유의 비상시국을 맞게 되면서 수출채권 조기 현금화 보증의 정책적 기능과 K-SURE의 역할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
K-SURE는 이번 추경예산 500억 원을 전액 투입해 대기업보다 외부 충격에 더욱 취약한 중소·중견기업에 5000억 원 규모의 수출채권 조기현금화 보증을 추가로 지원해 신속히 유동성을 공급할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수출 물량이 급감하고 이미 선적한 물품에 대한 대금 회수마저 불확실해진 수출 산업계에 K-SURE의 이번 추경사업은 단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채권 조기 현금화 보증은 장기적으로 수출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산업부는 5000억 원 규모의 수출채권 조기 현금화 보증을 통해 약 1조2000억 원의 수출 유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위기에 더욱 빛나는 저력… 추경 지렛대로 코로나 피해 극복할 것
이 밖에도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을 위해 ‘비대면 무역보험 플랫폼’을 발 빠르게 도입하여 신청서류 제출 등 고객이 방문해 처리하던 업무를 비대면으로 하고 있다.
이인호 무역보험공사 사장은 “어려운 고비마다 수출로 우리 경제를 다시 일으켰던 저력을 바탕으로 이번 추경 사업을 신속히 추진해 수출 기업이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든든히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