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때 구본무 회장 위로가 힘 됐듯 기업 정부 근로자, 공동체소명 지킬 수 있길
고기정 경제부장
Y는 그냥 때를 잘못 만난 것뿐이었다. 세대마다 간난신고가 있겠지만 사회생활의 출발을 위기와 함께 시작했던 40, 50대에는 유독 수많은 Y가 있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끊겼다고들 하지만 위기가 오면 계층 유지의 난간마저 무너져 내린다. 40대는 이미 작년부터 일자리에서 가장 많이 밀려나는 연령대가 돼 있다. 한번 밀려나면 계속해서 주변인으로 남게 되고 그 상흔은 다음 세대로 대물림되는 걸 두 번의 위기를 통해 봐 왔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말처럼 이번 위기는 우리 세대가 겪는 가장 큰 위기일 수 있고, 검증되지 않고 위험하기까지 한 응급 처방들은 폭풍이 지나간 뒤 새로운 표준이 돼 전혀 다른 세상을 만들어 낼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아시아 기업들의 경쟁 범위가 자의에 의해서건 타의에 의해서건 개별 국가에서 세계로 확장됐고, 근로자의 고용 형태가 다양한 비정규직까지 포함하게 됐듯 말이다. 코로나19 이후 산업계에선 대규모 재택근무가 도입되고, 교육계에선 학교 공동체에서 체험적으로 습득해야 할 비교과적 경험들이 생략된 원격교육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식의 ‘비대면 실험’들은 위기가 끝난 뒤 새로운 발전을 유인해낼 수 있는 불씨가 될 수 있지만, 어쩌면 노동 수요를 줄이는 실험의 다른 이름일 수 있다는 느낌도 갖게 한다.
이번 위기도 Y 같은 먹잇감을 찾아다닐 것이다. 구 회장이 그랬던 것처럼 공동체를 살리기 위한 모두의 힘이 필요한 때다. 기업은 가급적 고용을 유지하고, 근로자는 다른 사람의 고용을 위해서라도 자신의 권리를 조금씩 양보했으면 한다. 정부도 이럴 때 기업 규제와 노동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정 못 하겠으면 한시적으로라도 완화해줘야 한다. 재정만으로 버틸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 마침 삼성과 현대차가 신입 공채를 시작하거나 재개한다고 한다. 다행이고 고맙다. 이런 노력과 참여가 쌓여 이번에는 과거 두 번의 위기 때처럼 제발 속절없이 쓰러지지 않기를 기원한다.
고기정 경제부장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