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했던 루비니는 ‘닥터 둠’이란 별명처럼 세계 챔피언급 경제 비관론자다. 평소 시장의 환영을 못 받다가도 큰 경제위기가 터지면 ‘용한 점쟁이’ 찾듯 언론이 그의 발언에 주목한다. 루비니는 한 인터뷰에서 현 상황을 “대공황보다 심한 특대급 대공황(Greater Depression)”으로 진단했다. 또 “V자, U자, L자도 아닌 I자형으로 수직 추락할 것”이라며 특유의 비관론을 펼쳤다.
▷그러자 다음 날 버냉키가 나섰다. 그는 “전형적 경제 불황보다 대형 눈폭풍(snowstorm)에 가깝다. 매우 가파른 침체가 있겠지만 꽤 빠른 회복을 보일 것”이라며 V자 또는 U자형 회복에 무게를 뒀다. 버냉키는 ‘대공황의 시사점’이란 논문으로 박사를 딴 ‘공황 감별사’이자 최근 연준이 내놓고 있는 무제한 양적 완화의 원조다.
▷루비니와 버냉키의 분석은 역대 최저 수준의 실업률 등 건강 체질을 자랑하던 미국 경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핵심 산업 경쟁력 저하,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 등 심한 기저질환을 앓아온 우리 경제가 받을 충격파와 회복 양상은 다를 수밖에 없다. 또 무역 의존도가 70%인 한국은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종식돼도 미국, 유럽의 문제가 모두 해결된 뒤에야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다.
▷2008년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국제유가 200달러를 전망할 때 정반대로 폭락을 예상한 것이 적중해 유명해진 김경원 세종대 경영경제대학장의 전망은 이렇다. “체질 개선을 위한 근본적 해법을 찾지 못하면 추락하던 한국 경제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때 바닥을 치고 반짝 상승한 뒤 Ⅹ축을 따라 옆걸음질치는 ‘하키스틱+일(一)자형’으로 움직일 것이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