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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와 불확실성의 세계[김세웅의 공기반, 먼지반]

입력 | 2020-03-30 03:00:00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매우 갈리는 도널드 럼즈펠드 전 미국 국방장관은 이라크 침공의 전운이 감돌던 2002년 2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아직까지 벌어지지 않은 일들이 나에게는 관심사다. 세상에는 우리가 아는 사실들이 있고, 모르는 사실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모른다는 것조차도 모르는 사실들이 있다. 바로 이런, ‘모르는 모르는 것들 (unknown unknown)’에서 어려운 일들이 발생하곤 한다.” 물론 그의 발언이 정치적으로 이용된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이러한 분류는 정확한 분석이다. 이러한 생각은 그가 주창한 것은 아니며 이미 자연, 사회과학자들 사이에서 널리 통용되는 것이었다.

교실에서 혹은 학교 실험실에서 배우는 과학은 답이 딱 떨어지고 명확한 사실에 대한 설명이 있다. 하지만 과학을 직업으로 삼고 하루하루 접하다 보면 수많은 불확실한 관찰들을 종합하여 어떻게 자연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기 일쑤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우리가 모르는 사실을 아는 사실로 바꾸는 일, 또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가 모르는 것조차도 모르는 사실들에 대한 윤곽 또한 밝혀지게 된다.

1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지구관측소(Earth Observatory) 홈페이지에는 인공위성으로 측정한 올 1월 1∼20일 사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의 이산화질소(NO2) 평균값과 2월 10∼25일 사이에서의 평균값을 비교했다. 이산화질소는 주로 자동차의 배기가스가 배출원이며 폭스바겐 등 몇몇 디젤 자동차들의 배기가스 조작 사건에서 조작 대상이 되었던 물질이다. 중국 전반에 걸친 이동제한과 경제활동 둔화로 인해 급속한 농도의 감소가 위성관측을 통해 확인됐고, 같은 기간 중 우리나라에서도 역시 상당한 감소가 있는 것으로 관찰됐다. CNN 보도에 의하면 2월 동안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중국 내 배출 역시 적어도 25%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이러한 대기오염물질 배출의 급속한 변화와 대기질의 영향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지금까지 정확히 알지 못했던 대기오염물질 배출 저감과 대기질의 정량적 상관관계, 또한 대륙에서 이동하는 대기오염물질의 기여가 적을 경우 우리나라 자체 활동에 의한 대기오염 정도에 대한 실험적 자료를 제공해줄 것이다. 나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창궐로 전 세계경제의 파탄을 목도하면서 우리의 경제활동과 대기오염 그리고 지구온난화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사실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덜 주면서, 나아가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며 대기 환경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길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미국에서도 급속도로 퍼지면서 방송에 자주 출연하는 앤서니 파우치 박사(79)는 1984년 레이건 대통령 때 미국 국립보건원 알레르기 및 전염병 연구소장으로 임명된 이후 에이즈를 비롯한 수많은 전염병에 대한 연구와 정책 수립을 담당해 왔다. 그는 11일 미 연방 하원 청문회에서 코로나19의 미국 내 전염 예측을 묻는 캐럴린 멀로니 의원의 질문에 “앞으로 상황은 점점 안 좋아질 것입니다. 얼마나 나빠질지는 우리가 앞으로 두 가지를 어떻게 해 나가냐에 달렸는데, 첫째는 어떻게 하면 외부에서의 유입을 차단하고, 둘째는 어떻게 하면 지역사회에서의 전염을 줄이느냐입니다. 어쨌건, 상황은 더 안 좋아질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너무나 당연한 대답이어서, 만약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일이었다면 몇몇 국회의원들에게서 국민을 무시하네, 국회를 모독하네 하는 이야기가 나왔을 법하다.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를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출발점은 인류가 그간 구축한 공고한 지식체계다. 이러한 기초 없이 우리가 모르는 사실들에 접근하다 보면 우리가 모른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실에 역습을 당할 수밖에 없다.

과학을 직업으로 갖게 된 후 가장 많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은 “그건 잘 모르겠는데요, 생각을 좀 해 봐야겠어요”인 것 같다. 모르는 것이 있고 그것을 지식의 영역으로 편입시키려는 노력은 두려움 혹은 실패가 아닌 미래를 향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확실함을 추구하지만, 개인의 삶도 나아가 사회에 불확실성이 전혀 없는 시점은 죽음을 목전에 두었을 때임을 기억하자.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skim.aq.201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