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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 동반우승 빛나는 남매… “기사 스크랩이 가보 1호”

입력 | 2020-03-30 03:00:00

[더 나은 100년을 준비합니다 / 내 삶 속 동아일보]
<8>‘정구 선수 남매’ 문대용-혜경




‘정구 남매’ 문대용(왼쪽)과 문혜경이 제95회 동아일보기 전국 정구대회에서 서로의 라켓을 맞댄 채 웃음 짓고 있다. 둘은 이 대회를 약 한 달 앞두고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사상 첫 ‘남매 국가대표’가 됐다. 동아일보DB

정구(소프트테니스) 선수 문대용(27·문경시청)은 경북 문경의 고향집에 가면 거실 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곤 한다. 자신과 여동생 문혜경(23·NH농협은행)의 선수 생활이 담긴 십수 년 치 동아일보 스크랩이 벽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다. 2007년 문경중 2학년이던 문대용이 제85회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때부터 지난해 97회 대회에서 문혜경이 단식, 복식, 혼합복식, 단체전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해 4관왕에 오른 내용까지…. 수십 편의 기사는 남매가 코트에서 보낸 지난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문대용은 “옛날 사진과 인터뷰를 보면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이 스크랩들이 어느새 나와 혜경이의 정구 인생을 담은 역사책이 됐다”며 웃었다. “어느 부모가 자식이 신문에 나온 걸 허투루 두겠느냐”며 어머니 김순덕 씨가 차곡차곡 모아둔 ‘가보 1호’이다.

문대용은 문경중의 단체전 우승을 이끌었던 13년 전 대회를 또렷이 기억했다. 당시 신설된 남중부 결승에서 문경중은 안성중을 3-2로 꺾고 초대 챔피언이 됐다. 문대용은 횡성중과의 준결승에서 단식과 복식 승리를 따낸 뒤 안성중과의 결승에서도 복식 승리를 가져왔다. 당시 기사에는 7세 때 나뭇가지에 찔려 왼쪽 눈 시력을 잃었던 그의 사연이 담겼다. 시력 보호를 위해 보호안경을 쓴 채 라켓을 휘두르는 사진도 함께 실렸다. 문대용은 “그때까지 주변에서 왼쪽 눈이 안 좋다는 것만 알았지 실명이라는 건 많이 모르셨던 것 같다. 그 기사를 통해 알려지면서 많은 응원을 받았다”고 돌아봤다. 학창 시절 어려운 환경에도 정구 라켓을 잡고 꿈을 키웠던 남매는 나란히 성인 대표팀에 뽑혀 태극마크를 다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문혜경은 동아일보기를 1년 중 가장 중요한 대회로 생각하고 준비한다고 강조했다. 정구 선수들은 3월부터 10월까지 회장기, 전국체육대회 등 7, 8개 대회에 출전한다. 문혜경은 “감독, 코치님부터 선수들까지 가장 큰 부담을 가지고 준비하는 대회가 동아일보 대회다. 정구가 미디어에 소개될 기회가 많지 않은데 동아일보기 때는 기사가 많이 나와 이를 보고 주변에서 연락이 오곤 한다”고 말했다. 문혜경의 소속 팀이자 지난해로 팀 창단 60주년을 맞은 NH농협은행 여자 정구팀은 실업팀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 동아일보기 대회에 참가한 팀이다. 유영동 NH농협은행 감독은 “100년 가까운 최고 역사를 지닌 동아일보기 대회는 그 어떤 무대보다 애착이 많이 간다. 정구인이라면 누구나 우승하고 싶은 대회”라고 설명했다. 1923년 시작된 이 대회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단일 종목 대회다.

지난해까지 97회를 치른 동아일보기는 2007년부터 13년째 남매의 고향인 문경시에서 열렸다. 문경시는 선수단 및 가족 등 매년 1500여 명이 찾는 동아일보기 대회 기간에는 약 3억8000만 원의 경제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13차례 대회를 치르는 동안 문경시의 정구 저변도 함께 커졌다. 인구 7만여 명의 문경에 정구 동호인이 400∼500명에 달한다. 대회가 열리는 문경국제정구장은 아침이면 정구를 즐기는 동호인들로 붐빈다. 문대용은 “동아일보기 때는 동호인들도 많이 와서 경기를 관람하신다. 대회 기간에는 대회 소식이 실린 동아일보 지면을 대회장 곳곳에 붙여 놓는데, 내가 나온 기사를 동호인들이 모여서 보시는 모습에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며 웃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