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숙 2020년 신춘문예 시조 당선자
코흘리개 시절 나는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며 심심하다고 자주 보챈 것 같다. 그럴 때면 엄마는 어린 내게 굵은 소금 한 알을 입안에 넣어 주셨다. ‘혹시 사탕?’ 기대감에 탐색을 할 겸 혀를 피해 입안에 돌리다 보면 단맛 아닌 짜고 쓴맛에 심통을 내며 뱉어 내곤 했다. 그 짭짤한 맛이 이제는 추억이 됐다. 첫아이를 낳고 엄마가 끓여주신 미역국 맛이 아직껏 기억에 남아 국을 끓일 때는 항시 그 맛을 재연하려 하지만 제대로 내보질 못했다. 감칠맛 내는 조미료에 중독돼 그런 것일까.
산고의 진통 끝에 첫아이를 얻은 기쁨과 신비로움도 잠시, 감당 못할 관문에 부딪힌다. 젖몸살로 아이는 제 입술을 빠는 배냇짓을 하며 칭얼대고, 물젖에 젖은 옷을 갈아입으며 애도 울고 나도 울고 훌쩍거릴 때면 그때마다 엄마가 오셨다. 유독 체구가 작은 엄마는 당신 키를 훌쩍 넘는, 짯짯이 마르고 긴 기장 미역을 꺾어 조심스레 물에 불리셨다. 바싹 마른 어머니 손등 같은 미역이 몸집을 불려 큰 대야에 넘치고 넘쳐 파랗게 살아났다. 어머니의 손등 위로 눈웃음이 떨어졌다….
첫 미역국은 울음을 걷어내며 들이켰다. 젖이 제대로 돌자 꿀떡꿀떡 젖을 넘기는 아이, 그 모습을 보며 울컥울컥 들이켜던 미역국 한 사발. 어느 유명 요리사는 최고의 요리는 적절한 염도라 했다. 짭조름한 눈물의 맛이 그중에 최고라는 과학적인 연구도 있다 한다. 배움이 짧으신 엄마는 그 과학적인 결과를 어찌 아시고 기쁨의 눈물로 내 미역국에 간을 맞추신 것일까. 꿀컥 그리움을 삼킨다. 순간 그 맛의 비밀이 풀렸다. 딸아 기대해∼.
정인숙 2020년 신춘문예 시조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