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6개 업체 참여…청구액 1억원 넘어 1차 역학조사 증거…책임회피 않도록 준비 “형사 책임 어렵지만, 여지가 없지도 않아”
제주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었지만 제주를 여행한 서울 강남구 21번·26번 확진 모녀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하기로 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30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코로나19 합동 브리핑을 열고 “강남구 21번·26번 환자가 제주를 여행하면서 수많은 관광지와 업소를 방문하는 바람에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수많은 국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무임승차 얌체는 사라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소송을 통해 강력한 경종을 울리고자 한다”며 “국민들에게 주어진 안전과 자유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게 일하고, 불편을 감수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강남구 21번·26번 환자는 제주 입도 첫날인 지난 20일 발열 등 증상이 있었지만, 지인과 4박5일간 여행했다.
다음은 원희룡 제주도지사, 이중환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 총괄조정관(도민안전실장), 임태봉 통제관(보건복지여성국장), 배종면 제주도 감염병관리지원단장과 일문일답.
-손해배상을 청구할 금액은 어느 정도 규모인가.
“원고로 참가하는 인원수와 구체적인 입증액에 따라 합산액이 달라진다. 지금까지 원고로 참가자와 입증할 수 있는 금액을 우선 접수하고 있다. 추후 참여하는 이들은 법원에서 합쳐질 것이다. 지금까지 합산된 금액만 1억원이 넘는다. 최종 점검을 거쳐 접수하면 상세하게 알리도록 하겠다.”
“제주도내 6개 업체가 참여했다. 소송하려면 신원증명 등 서류가 있어야 해서 시간이 필요하다. 오늘까지 의사를 확인하고 실무 준비가 마무리된 6개 업체를 중심으로 소장을 접수할 것이다. 앞으로도 피해를 받은 개인이나 업체가 참여를 희망하면 공익소송 차원의 변호사를 연결하겠다. 종합적으로 하나로 진행하겠지만, 법률적으로 지켜야 할 사항이 있다.”
-강남구청과 협의한 내용이 있는가.
“협의한 사항은 없다. 강남구청 발표에 따르면 강남구 21번·26번 환자 모녀가 제주 여행 일정을 모두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자마자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역학조사 당시에는 일이 이렇게 커질지 몰랐는지 제주도에 오자마자 증상이 나타났다고 말했지만, 일이 커지니 평소 증세라고 말했다. 강남구청장도 이같이 말했기 때문에 책임 회피성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이대로 넘어가 주면 안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금 협조 사항이라고 보기보다 1차 역학조사 결과가 증거서류가 되기 때문에 우선 내용을 파악하고, 사후 말 바꾸기나 책임 회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준비 중이다.”
-형사소송 검토 여부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24일부터 유럽 입국자 명단을 확보하고 있다던데 다른 국가는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가.
“국무총리 지시로 유럽뿐만 아니라 국가의 구분없이 해외 모든 나라 입국자를 대상으로 2주간 자가격리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제주도의 건의를 통해 시행되는 것이다. 안타까운 부분은 자가격리 대상 확대를 몇 주 또는 몇 일만 빨랐다면 하는 점이다. 때가 늦은 아쉬움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건의가 받아들여진 것에 대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제주공항 워킹 스루 선별진료소에 혼선이 있다고 들었는데, 자세하게 설명해달라.
“지난 29일 오후 3시 유관기관이 모두 모여 일차적으로 동선과 진행 방식 등을 논의했다. 다시 한번 살펴보고 개선해야 할 점을 찾아 고치도록 하겠다. 오전의 경우 중국에서 들어오는 특별기로 안내데스크에 많은 인원이 몰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워킹스루 선별진료소는 해외 방문 이력이 있는 사람이 1시간에 6명 정도 안내할 수 있도록 공항공사와 논의한 뒤 결정했다. 특별기로 들어오는 상황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
-남미 여행한 제주 9번 확진 환자는 혼자서 다녀온 것인가.
“혼자서 여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미에서 한국으로 바로 입국한 것인가. 아니면 미국을 경유해 입국한 것인가.
“남미에서 중동을 경유해서 입국했다. 항공편 때문에 경유한 것으로 보인다.”
-특별입도 시행 전 입국자 명단은 확보할 수 있는가.
“입국자 명단 확보는 정부와 긴밀히 협조하면서 받고 있다. 되도록 빨리 받아야 제주공항으로 입도하는 과정에서 혼선을 줄일 수 있다. 현재 그 방안을 찾는 중이다. 기본적으로 정부에서 명단을 공유하고 있다.”
-육지부의 경우 확진자 거주지나 신상정보도 제주도가 공개하는 범위보다 넓다. 제주지역 확진 환자 주거지 정보는 알 수 없는가.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행정동과 제주도내 행정동은 규모의 차이가 있다. 거주지를 공개했을 때 특정인을 연관할 수 있다면 공개하지 않는다. 지역사회 특성에 맞춰 공개하고 있다. 주소를 특정하는 것으로 개인까지 유추할 수 있다면 밝히면 안 된다. 집은 다른 사람이 출입하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다. 공공기관이나 식당 같은 곳은 불특정 다수가 방문할 수 있기 때문에 공개하는 것이다. 일괄적 공개한다는 식으로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
-제주 9번 확진자가 입도 후 일주일이 지나 증세가 나왔는데 지역 감염됐을 가능성이 없는가.
“9번 환자는 지난 21일 입도했고, 이후 동선을 보면 거의 자택에서 생활했다. 시차 적응 문제 때문으로 추정된다.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날이 지난 27일이다. 그리고 다음날인 28일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나타났다. 잠복기라고 하는 것은 바이러스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최대 14일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입국한 귀국 일자를 보면 일주일 정도 차이가 난다. 이는 증상 발현일 평균에 해당하고 있어 지금은 9번 환자가 제주보다 남미 여행이나 귀국하는 과정에서 감염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제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