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국과 한국에서 사람들의 이동이 줄어든 2월에 국내 대기오염 물질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줄어들자마자 대기질이 급격히 회복되는 현상이 확인된 것이다.
김준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팀은 코로나19로 오염물질 배출이 줄어든 것이 대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기 위해 천리안 위성1호의 해양관측탑재체(GOCI)로 관측한 2월 한국의 에어로졸 농도를 살펴봤다. 에어로졸은 초미세먼지(PM2.5) 등 대기 중에 고체나 액체 상태로 떠다니는 작은 입자로, 농도가 높을수록 오염도도 높다.
천리안 위성 1호가 관측한 한국과 중국의 에어로졸 농도. 농도가 낮을수록 파란색이 짙다. 2019년 2월 관측 사진(위쪽)에 비해 2020년 2월 사진의 파란색이 더 진하다. 한국과 중국 모두 대기오염물질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김준 연세대 교수 제공
한국과 중국의 대기질 개선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중국 생태환경부는 24일 “2월 중국 전역 337개 도시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전년 동기 대비 27.3% 줄어들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국내 대기질도 올 2월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당 24μg으로, 전년 동기 평균 농도(33μg)보다 27% 낮다.
유럽 환경위성이 관측한 대구의 이산화질소(NO2) 농도. 농도가 높을수록 빨간색이 짙어진다. 2019년 2월에는 빨간 부분이 선명하지만 2020년 2월에는 흐릿해졌다. 김준 연세대 교수 제공
김 교수팀은 유럽우주국(ESA)의 환경위성 트로포미(TROPOMI)가 관측한 지구 이산화질소(NO₂) 농도 중 대구 지역의 농도를 따로 분석했다. 올 2월 대구 지역에 표시된 이산화질소는 지난해 2월과 비교할 때 훨씬 옅어졌다. 김 교수는 “주로 자동차 배기가스나 공장에서 나오는 이산화질소는 장거리 이동이 잘 안 되는 특징이 있어서 해당 지역에서 발생하는 오염도를 정확히 보여준다”며 “대구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지난해 2월에 비해 크게 줄었다는 표시”라고 말했다.
3월 대기질 데이터를 분석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3월(1~29일) ㎥당 전국 초미세먼지 농도는 21μg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7μg)에 비해 40% 이상 줄었다. 환경부는 대기질이 개선된 원인과 관련해 코로나19로 인한 교통량 급감, 계절관리제로 인한 사업장 및 발전소 배출 오염물질 저감, 유난히 비가 많이 오고 동풍이 많이 불었던 지난 겨울 기상 등의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