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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코로나 진단키트 인기 비결은…

입력 | 2020-03-31 03:00:00

中유행때부터 발빠른 개발 착수, 정부는 ‘긴급사용승인’ 지원
세계 117개국서 관심 보여




최근 우리 정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방역용품을 요청한 117개국 대부분은 진단키트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도 한국 업체에 손을 내밀 정도로 한국산 진단키트 기술과 생산 능력 모두 독보적이라는 평가다. 바이오 선진국 대형업체들도 개발이 늦어지는 가운데 국내 중소기업들의 기술이 멀찍이 앞서게 된 비결은 뭘까.

30일 국내 바이오 관련 전문가들은 크게 △긴급사용승인 △경영 리더십 △실패 사례 연구 등을 한국만의 강점으로 꼽았다. 실제로 코젠바이오텍, 씨젠, 솔젠트, 랩지노믹스 등 국내 개발 업체들의 코로나19 진단키트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아 쓰이고 있다. ‘긴급사용승인제’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긴급하게 써야 하는 의료기기에 대해 허가를 면제해 주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코로나19가 유행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개발 작업에 착수한 경영 리더십도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유럽 등 바이오 선진국 대형업체들은 개발 착수 자체가 늦었는데, 의사 결정이 느리다는 단점이 발목을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강대 이덕환 명예교수는 “진단키트를 개발하는 바이오벤처 경영자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미리 연구해온 게 적중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단키트 업체들이 빠르게 확산할 수 있는 인플루엔자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서 평소 연구를 진행해 왔는데,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연구에 역량을 투입한 경영자들의 혜안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중국 등 다른 나라의 진단키트들이 부정확해 빈축을 사는 것과 다를 수 있었던 건 평소 기술 격차를 벌려놨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메르스 당시의 실패 경험이 노하우로 쌓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전염병 확산 이후에 빠른 진단의 중요성을 느끼고, 국책과제를 통해서 키트 개발 지원 등에 나섰는데 이때 진단 업체들이 컸다는 평가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책 연구 사업이 많아지고 지원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국내 기업들이 기술력을 쌓을 수 있었다는 해석이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