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지역 주요 산유국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이 지역에 노동자를 대거 파견한 국가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국제선 운항 중단과 자국 내 이동 제한 등 조치로 대량 실업이 증가하면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송금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의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9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알자지라방송 등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경기침체를 맞은 걸프지역 산유국에서는 최근 필리핀과 인도 출신 노동자를 해고하는 일이 늘고 있다. 문제는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는 나라뿐 아니라 본국에도 경제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필리핀과 인도는 걸프지역 산유국에 △건설 인력 △서비스업 지원인력 △가사도우미 △간호사 등을 많이 파견한 대표적인 나라로 꼽힌다. 필리핀은 지난해 전체 해외 송금 유입액은 약 335억 달러(약 41조 원)로 국내총생산(GDP)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전체 해외 송금 유입액 중 사우디와 UAE에서 들어오는 자금 비율이 각각 2위와 5위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걸프지역에서 근무 중인 노동자들이 현지에서 일자리를 잃고 본국으로 돌아올 경우 외화 수입이 줄어들어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실업률 증가와 사회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한동안 외국인 노동자 감원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권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중동경제)은 “저유가로 재정 수입이 줄어들면 산유국들이 인프라 투자와 산업 다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들다. 외국인 노동자 채용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