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레이첨단소재는 구미공장의 생산 라인을 개조해 마스크 필터를 양산하기로 했다. 뉴시스
지민구 산업1부 기자
최근 한 독자로부터 e메일을 받았다. 헝가리에 배터리 공장을 둔 SK이노베이션이 현지로 전세기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내용의 본보 기사를 읽고 문의해 온 것이다. 유럽 주요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자 헝가리 등이 국경을 폐쇄하고 이동 통제를 강화하기 시작한 때였다.
헝가리를 오가는 항공편이 거의 끊긴 가운데 우리 기업에라도 도움을 구해보려는 절박한 심정이 느껴졌다. 딸이 홀로 있는 외국에서 기업만이라도 믿고 의지할 만한 안전망이 돼 주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새삼 우리 기업들이 여러 형태의 ‘안전망’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위기 초기에 기업들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사회적 책임을 수행했다. 각자의 사정에 맞는 규모로 구호 단체에 기부금을 내고 지원 물품을 전달했던 것이다. 전통적인 방식도 여전히 감사하고 중요하지만 코로나19가 글로벌 재난 수준으로 확산하고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새로운 형태의 아이디어가 속속 등장했다.
삼성은 마스크 수급 대란 해결을 위해 중소기업들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도록 전문가를 파견해 생산량을 두 배 이상 늘리게 했다. SK그룹은 소비 위축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중이다. 앞의 두 기업을 포함해 현대자동차, LG, 한화그룹 등은 직원 연수원·기숙사를 코로나19 치료 센터로 방역 당국에 제공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기업이) 완전히 새로운 씨줄과 날줄로 안전망을 짜야 할 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어느 샌가 우리 사회에는 기업이 수행하는 사회적 책임을 당연시하거나 진정성을 의심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창의적인 방법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자원을 나누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 칭찬을 받기 위한 행위면 어떤가. 더 칭찬해서 더 크게 기여하게 하자. 기업의 고용 창출, 친환경 경영 등도 그래서 마땅히 칭찬해야 한다. 경제주체들 각자가 제일 잘하는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한다면 전대미문의 위기인들 극복하지 못하겠나 싶다.
지민구 산업1부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