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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청구서’ 두려운 美유통업체… 나이키 “임차료 50% 깎아달라”

입력 | 2020-03-31 03:00:00

급여-공과금 감당 못해 ‘쩔쩔’… 럭셔리 브랜드들도 건물주와 협상
2조달러 부양책 속도에 달려… 워싱턴선 “4차 부양책 필요”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퍼지면서 기업과 자영업자들이매장 임차료, 공과금, 직원 급여 등 눈앞에 닥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쩔쩔 매고 있다. 자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하고 소상공인 대출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2조 달러 규모의 ‘3차 경기부양책’이 얼마나 신속하게 집행되느냐가 ‘4월 위기’ 극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미국 내 384개 매장을 닫은 세계적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건물주들에게 임차료를 50%만 내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 전했다. 나이키 측은 영업을 재개하면 12개월간 임차료를 대신해 매출 일부를 제공하는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럭셔리 브랜드인 코치와 패션 브랜드 케이트스페이드의 모회사인 태피스트리도 미국과 유럽 매장 폐쇄를 4월 10일까지 연장하고 건물주들과 임차료 조정에 들어갔다. WSJ는 “수입이 급감한 상당수 유통회사와 음식점이 4월 임차료를 납부하지 못할 수 있다. 이는 3조 달러 규모의 상업용 모기지 시장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음식점협회(NRA)에 따르면 이달 1일 이후 미국 식당 매출은 250억 달러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 주요 유통 체인 매장 5만 개도 문을 닫았다. 미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는 현금 확보에 나서면서 임원 급여 삭감, 주문 취소, 협력업체 대금 결제 연장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직원 13만 명 중 일부에 대한 일시 해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통회사인 TJ맥스와 로스는 6월 중순까지 주문을 취소하고 협력업체 대금 결제를 연기했다. 미국 식당 체인인 치즈케이크팩토리는 27개 매장 운영을 중단하고 전 직원의 약 90%에 해당하는 시급 노동자 4만1000명을 일시 해고했다.

대기업보다 현금 사정이 열악한 자영업자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자영업자는 매장 임차료, 자동차 리스료 및 할부 납입 유예 등을 요구하고 있다. JP모건체이스 연구소의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소기업의 절반가량은 2주 미만의 현금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 안팎에서는 ‘4차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벌써 흘러나오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CNN ‘스테이트 오브 유니언’에 출연해 “현재보다 더 큰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추가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3차 부양책의 효과를 살핀 뒤 추가 부양책을 논의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CBS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추가 부양책이 필요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선을 그었으나 “위기가 생각보다 길어지면 우리는 의회에 가서 미국 경제를 위해 더 많은 지원을 얻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4월 말경 추가 부양책 논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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