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伊-스페인 이어 유럽 3번째… 코로나 대응 주 재무장관 극단 선택 FT “고용 70% 책임 中企도 휘청” 현지매체 “더 단호한 정책 필요”
“위기 극복” 염원 담은 바이올린 연주 29일 독일 중부 에르푸르트의 한 바이올린 연주자가 건물 창가에서 ‘선한 능력으로’란 곡을 연주하고 있다. 반(反)나치 활동으로 유명한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가 1944년 감옥에서 쓴 시로 만든 곡이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위기를 극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에르푸르트=AP 뉴시스
코로나19에 잘 대응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온 독일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크게 늘면서 사회,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는데도 시민들의 경각심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현지 시간)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독일 금융 중심지 프랑크푸르트가 포함된 헤센주의 토마스 셰퍼 주 재무장관(54)이 전날 기찻길 인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집권여당인 기독민주당 소속인 그는 10년간 헤센주 경제수장을 맡아왔다. 헤센주 측은 “셰퍼 장관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걱정해왔다”고 전했다. 그만큼 독일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독일은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인 치명률이 0.87%(30일 기준)에 불과해 이탈리아(11%), 스페인(8.6%) 등보다 훨씬 낮다. 영국, 이탈리아보다 2배가량 많은 병상 수(인구 1000명당 8개) 등 의료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내년 10월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여줬다. AP통신은 “자국 내 설문조사에서 89%가 ‘메르켈이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30일 기준 독일의 누적 확진자 수는 6만2435명으로, 이탈리아 9만7689명, 스페인 8만5195명에 이어 유럽에서 세 번째로 많다. 사망자도 최근 나흘간 2배로 늘면서 541명에 달해 조만간 위기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간 슈피겔에 따르면 뮌헨 등 주요 도시 내 병원들은 다음 달 초 코로나19 환자로 인해 포화 상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슈판 장관은 전국 2000개 병원에 “일반 수술은 모두 중단하고, 의대생 지원도 받으라”는 내용의 개인 서한을 보냈다.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위기에도 모여서 노는 ‘코로나 파티’가 열린다”며 “더욱 단호한 정책을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