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를 날다, 놀다]<3> 동아연극상 작품·연출상 신유청 내달 2인극 ‘언체인’ 세번째 공연 “사람 냄새 짙은 작품 만들고 싶어”
반려견 풀리와 함께한 신유청 연출. 그는 “자기중심적이던 내가 연극을 통해 비로소 주변으로 시선 “받은트로피는부모님댁으로보냈어요.” 을 돌리기 시작했다. 동료 관객과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며 살고 싶다”고 했다. 신유청 연출 제공
전혀 예상치 못한 트로피였다. 수상 후 석 달이 지난 지금도 신유청 연출가(39)는 “얼떨떨하기만 하다”고 했다. 상을 받을 자격이 되는지 의문도 생겼고, 창피한 마음이 차오를 때도 있었다. 결국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트로피를 보냈다. 그리고 다시 연극판에 몰두하고 있다. “요즘엔 ‘나 혼자’가 아니라 함께 작업한 ‘우리’가 상을 받았다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지난해 연극 ‘녹천에는 똥이 많다’와 ‘와이프’로 제56회 동아연극상 작품상, 연출상을 수상한 신 연출은 2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제 연극 인생이 참 신묘막측하다”고 했다. 학업 경쟁이 싫어 도망치듯 택한 연극이었다. 계원예고 진학 후에도 “악바리 기질 말고는 연극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연극과 겉돌던 그에게 ‘그날’은 갑자기 찾아왔다. 당시 계원예고에서 연극을 가르치던 김달중 연출가의 제안으로 연극 ‘우리읍내’ 배우로 발탁돼 얼떨결에 무대에 섰다.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 이유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좋든 싫든 연극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전까지 그냥 악바리였다면 그날부터 나는 연극을 해야만 하는 악바리가 됐다”고 떠올렸다.
“연기, 글쓰기, 디자인에 재능이 없고 성실하지도 않다”는 그에게 선택지로 남아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연출가뿐이었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인 2007년 데뷔했지만 작품이 거의 없는 암흑기를 대학로에서 버티고 또 버텼다. 그는 4, 5년 전부터 조금씩 평단과 대중을 사로잡는 결실을 냈다. 그는 “동아연극상을 계기로 연출가가 어디를 바라보는지 정확히 알아야 하는 자리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신 연출은 수상 발표 며칠 뒤 10년 넘게 곁을 지키던 반려견 ‘풀리’에게 큰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잘 풀리라’는 뜻에서 지은 이름 덕인지 그는 받은 상금의 일부를 급하게 수술비로 지출했다. 신 연출은 “인생이 늘 좋을 수만은 없으니 안 좋은 일도 함께 왔던 것 같다. 겸손하게 인생을 돌아봤다”고 했다.
그는 4월 인간의 죄의식을 다룬 2인극 ‘언체인’의 세 번째 공연을 앞두고 있다. 지금껏 그래 왔듯 앞으로 선보일 작품도 방향은 한결같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