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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여서 더해요”… 성금 내고 100년 자료 나눠 장애청년 일터 조성

입력 | 2020-03-31 03:00:00

[더 나은 100년을 준비합니다]‘마인어스 무브먼트’ 따뜻한 첫걸음




푸르메 스마트팜 전경 조감도

동아일보는 26일 서울 종로구 푸르메재단 사무실에서 ‘푸르메 스마트팜’ 건립 등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기부금 5억 원을 전달했다. 이 기부금은 장애 청년의 자립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스마트팜 건립 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27일에는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를 제작하는 사회적 기업 테스트웍스에 동아일보가 창간된 1920년부터 쌓아 온 기사와 사진 등 지식재산권(IP)을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MOU를 체결하고 1억 원을 기부했다.

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장애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를 얻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푸르메재단, 사회적 기업 테스트웍스와 26, 27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성금 총 6억 원을 기부했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왼쪽 사진 왼쪽)와 임채청 동아일보 대표이사 부사장. 박제균 동아일보 논설주간(오른쪽 사진 왼쪽)과 윤석원 테스트웍스 대표이사. 안철민 acm08@donga.com·김재명 기자

성금과 IP 기부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동아일보가 추진하는 ‘마인어스(Mine-Us) 무브먼트’의 첫걸음이다.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대규모 창간 기념행사를 하지 않고 절감한 비용을 기부하겠다고 밝히며 “자기 것을 비우고 스스로 낮춤으로써 우리 모두의 것을 채우고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 ‘줄여서 더하는’ 마인어스 무브먼트

마인어스는 줄인다는 뜻의 ‘마이너스’와 더한다는 의미의 ‘플러스’를 합쳐서 만든 단어로, ‘내 것’을 줄이는 작은 기부와 나눔을 통해 공동체 전체에 행복을 더하는 일련의 활동을 의미한다.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나’뿐만 아니라 ‘우리’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작은 실천을 쌓아나가는 삶의 자세를 지향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줄여서 더하다(More by Less)’라는 슬로건도 정했다.

다만 내 것을 줄이는 행동이 꼭 ‘희생’을 의미하진 않는다.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 나눔의 기쁨을 경험할 수 있는 ‘즐거운 활동’을 통해 개인과 사회가 윈윈(win-win)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마인어스 무브먼트의 목표다. 기부의 형태도 금전뿐 아니라 재능 노동 시간을 비롯해 개인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자원을 염두에 두고 있다. 마인어스 무브먼트의 후속 프로젝트는 창간기념일인 다음 달 1일 이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 장애 청년 위한 희망의 일터 조성

동아일보는 올해 설립 15주년을 맞는 푸르메재단의 첫 꿈부터 함께했다. 2011년 동아일보는 ‘기적을 부탁해’ 시리즈를 통해 장애 어린이의 치료와 재활을 도울 어린이재활병원 건립 공동 모금 캠페인을 푸르메재단과 진행했다. 당시 캠페인에 힘입어 2016년 개원한 어린이재활병원은 현재 매일 장애 어린이 300여 명을 치료하고 있다. 이후에도 동아일보와 푸르메재단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다.

푸르메재단은 2018년부터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발달장애 청년들이 당당하게 일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채소 허브 버섯 등을 최첨단 AI 설비로 수확하는 ‘스마트팜(스마트 농장)’ 건립이다.

재단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취업률은 15.7%에 불과하다. 전체 장애인 취업률 36.9%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다른 장애에 비해 타인 의존도가 높은 발달장애의 특성상 취업이 쉽지 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구상이 ‘스마트팜’이다. 백경학 재단 상임이사는 MOU 체결 후 “첫 꿈을 실현하는 데 함께했던 동아일보와 새로운 꿈에 도전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스마트팜은 올해 설계를 마무리하고 경기 여주시 오학동 약 1만3200m²에 세워질 예정이다. 약 30억 원 상당의 터는 발달장애 자녀를 둔 이상훈 장춘순 씨 부부가 지난해 기부했다.


○ 사회적 가치 더하는 ‘오픈 카피라이트’

동아일보는 사회적 기업 테스트웍스에 기사 사진 등 100년 동안 축적된 데이터와 IP를 무상 제공하기로 했다. 국내 주요 미디어 기업 가운데 IP를 기부한 것은 동아일보가 처음이다. 1920년 4월 1일자 창간호 이후 동아일보의 누적 지면 기사는 416만 건을 넘는다. 기사 한 건 분량을 200자 원고지 3장이라고 보수적으로 가정하더라도 25억 자에 이르는 방대한 텍스트다.

테스트웍스는 창업한 지 5년이 채 안 됐지만 소프트웨어 테스팅과 AI 학습용 데이터 제작 분야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특히 첨단 산업 분야에서 장애 청년들이 전문가로 성장할 가능성을 테스트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테스트웍스에는 자폐성장애, 청각장애 등을 지닌 청년 16명(전체의 20%)이 정규직으로 근무 중이다. 이들은 사진과 동영상 속 사물에 하나씩 설명을 다는 ‘데이터 라벨링’ 작업을 하는데 이는 AI가 스스로 학습해나갈 기초 데이터가 된다. 노정화 테스트웍스 경영기획실장은 “장애 직원들의 업무 속도는 비장애인들보다 1.5배 정도 더 빠르다. 관찰력과 집중력이 뛰어나 오류 발생 비율도 5∼6% 수준으로 훨씬 낮다”고 말했다.

테스트웍스 사례는 장애 청년이 단순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 내밀리는 현실에서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동아일보가 기부한 1억 원은 청각장애인을 AI 데이터 제작 및 소프트웨어 테스트 전문가로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될 예정이다.

한 세기 동안 축적된 동아일보의 기사와 사진 등은 AI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AI 학습용 데이터를 만드는 데 활용된다. 윤석원 테스트웍스 대표는 “서비스 개발 의뢰를 받더라도 기본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어려웠는데 동아일보 데이터를 이용하면 소스 수집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앞으로도 ‘오픈 카피라이트’의 기치 아래 IP가 더 큰 사회적 가치로 연결될 수 있다면 무상으로 제공할 방침이다.

박희창 ramblas@donga.com·강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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