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총리 "4월9일부터 순차적 개학" 당황하며 교육 형평성 지적 주장 나와 "쌍둥이집은 컴퓨터 2대 사야하느냐" "와이파이도 잘 돼야하는데 걱정이다" "컴퓨터 켜 놓으면 딴짓할까봐 걱정"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온라인 개학’을 결정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당혹감과 함께 노트북이나 PC가 있는 학생들과 없는 학생들간 교육 형평성 문제를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다음 주 중반인 4월9일부터 순차적으로 개학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본다”며 “연간 수업 일수와 입시 일정을 고려할 때 아이들의 학습권을 포기하고 무작정 개학을 연기하기는 쉽지 않다. 대안으로 온라인 형태의 개학을 유력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단체에 근무하는 진모(48)씨는 초등학교 5학년 쌍둥이를 둔 아빠다. 진씨는 이번 정부 발표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인터넷 사정도 고민”이라며 “지금 아이의 학원 수업도 온라인으로 강의하는데 와이파이가 끊겨서 곤욕을 치룬적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컴퓨터 켜 놓으면 괜히 딴 짓이나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저희는 원래 우리가 없을 땐 게임이나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 아이들이 컴퓨터를 못하게 한다”고 걱정했다.
초등학교 6학년 딸을 둔 박모(41)씨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박씨는 “강남에 있는 외국인 학교는 이미 인터넷으로 화상수업을 하고 있다더라”며 “거긴 당연히 시스템적으로도 갖춰있고 학생들도 모두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일반 학교에 컴퓨터 없는 아이들은 교육 형평성, 차별성이 생길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씨에 따르면 박씨 딸이 다니는 학교는 컴퓨터가 없는 아이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그 학교는 컴퓨터가 없는 아이들에게 대여를 해주겠다고 하지만 모든 학교가 그런 것은 아니라고 박씨는 설명했다.
8살 딸을 둔 직장맘 최모(37)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최씨는 “고3은 스마트 기기를 다룰 수 있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은 집중력도 떨어지고 컴퓨터 다루는 걸 누가 봐줘야한다”며 “아이 봐주는 할머니가 컴퓨터를 다루는 것도 아닌데 당장 맞벌이하는 집은 어떡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준비가 잘된 몇 곳을 골라 시범수업을 하고 이걸 확대를 하다니. 온라인 개학 대책이 뭐냐”고 지적했다.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최씨(50)는 “정부의 고민은 이해할 수 있으나 온라인 수업은 아이들이 집중하기 쉽지 않아서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3월 한 달동안 재택근무하면서 아이와 생활해봤는데, 그 동안 학교에서 적응할 수 있는 지도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한달 동안 초기 교육지도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