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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연기’ 한국축구, U-23 운영 이원화?…김학범 체제 도쿄로

입력 | 2020-04-01 05:30:00

김학범 감독. 스포츠동아DB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20 도쿄올림픽 개막은 내년 7월 23일로 연기됐다. 모든 종목들에 초비상이 걸렸지만 가장 불편한 입장에 놓인 건 한국 남자축구다. 연령제한(23세 이하·U-23) 규정 탓이다.

하계올림픽이 정확히 1년 미뤄지면서 남자축구 출전국들은 자칫 완전한 새판을 짜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유럽축구연맹(UEFA) 21세 이하(U-21) 챔피언십을 지역 예선으로 삼은 유럽 국가들은 올림픽 연기와 관계없이 U-23 규정을 채울 수 있으나 우리는 그렇지 않다.

한국 축구에게 올림픽은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지구촌 최대 스포츠 이벤트 참가라는 명예도 크지만 병역 혜택이라는 달콤한 보상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2012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태극전사들이 동메달리스트 자격으로 수혜를 얻었다.

도쿄올림픽 연기에 대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대회 조직위원회의 합의가 이뤄지고 공식 발표가 나왔을 때 선수들이 동요한 배경이다. 이번 올림픽 예선을 겸해 올 초 태국에서 개최된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 출전한 한국대표팀 엔트리(23명) 가운데 U-23 연령을 꽉 채우는 1997년생은 11명이었다.

이에 대한축구협회는 AFC를 통해 국제축구연맹(FIFA)과 IOC에 남자축구 연령 제한을 24세 이하(U-24)로 조정해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전달했고, 일본과 호주 등 일부 국가들이 여기에 동조하고 있으나 추이는 가늠하기 어렵다.

그런데 걱정은 올림픽만이 아니다. 역시 U-23 대표팀이 출전하는 아시안게임(AG)도 걸려있고 당장 내년부터 2022 중국 항저우 AG를 대비해야 한다. AG 금메달에도 병역 혜택이 걸려있다. 현재로선 U-23 대표팀 운영 이원화가 불가피한데 만약 올림픽 연령제한이 풀리지 않으면 또래 선수들의 차출 문제 등 상당히 골치 아픈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여기서 파생되는 또 다른 문제는 사령탑이다. 김학범 감독은 당초 도쿄올림픽까지 계약돼 있다. 당연히 계약 변경이 필요하다. 협회는 AFC U-23 챔피언십 우승 등 뚜렷한 족적을 남긴 김 감독과 계속 동행한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로, 본인이 거부하지 않는 한 이사회 등 일련의 절차를 거쳐 기존 계약을 조정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계약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AG 코칭스태프도 원활한 대회 준비를 위해 최소 내년 초에는 선임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협회는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축구계 일각에서는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김 감독이 올림픽·AG를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한 축구인은 31일 “2년 주기로 서로 준비 과정이 겹칠 일이 없던 올림픽과 AG을 동시에 대비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이 발생했다. 우리에게 모두 중요한 대회인 만큼 잡음 없이 준비할 수 있는 철저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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