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00주년] ‘경계’ 넘어 뉴스룸 혁신… 본보 레거시 플러스 발간
민족 대변지를 자처하며 창간호에 ‘단군’을 명시했던 동아일보는 일제 치하에서 4차례 정간당한 끝에 폐간됐다. 독재 정권하에선 광고 탄압으로 백지광고 사태를 맞았지만 끝까지 저널리즘의 가치를 지켰다. 국내 언론 중 3대 언론상(관훈언론상 한국기자상 삼성언론상 취재보도 부문)을 가장 많이 받은 곳도 동아일보다.
○ 동아다운 ‘히어로 콘텐츠’에 집중
한 세기 동안 지켜 온 이 같은 레거시를 미래지향적으로 업그레이드하자는 것이 보고서의 골자다. 제목에도 물려받은 ‘유산(레거시)’에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움(변화와 도전)’을 더한다는 각오를 담았다. 보고서는 가장 먼저 뉴스룸 취재 인력의 20∼30%를 상시적으로 동아의 대표 상품이 될 콘텐츠 생산에 투입하자는 원칙을 제시했다. 부서 기자가 10명이라면 그중 2, 3명은 ‘어디서 본 듯한 뉴스’ 대신 미디어 소비자가 ‘동아’라는 브랜드를 인지할 정도의 ‘탁월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선택과 집중’을 강화하려면 일하는 방식 역시 달라져야 한다. 업무상 비효율을 제거하고 어떤 행동을 바람직한 것으로 간주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만들고, 구성원들이 준수할 ‘공유된 규칙’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한 것도 이 때문이다.
○ 즐겁고 파격적인 디지털 실험
뉴스 콘텐츠 생산과 소비의 주 무대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PC에서 모바일로 이동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추세다. 레거시 미디어의 대표 격인 동아일보 역시 100주년을 계기로 디지털에서의 영향력과 브랜드 가치를 지금보다 한 단계 높여야 한다.
보고서는 뉴스룸 외부에 신문 방송 공통의 뉴스 실험실인 ‘D-Light(디라이트) 앨리’(가칭)를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명칭에는 ‘디지털’, ‘동아’의 미래를 밝힌다는 의미와 함께 ‘즐거운’ 실험을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권력 감시, 진실 추구, 소외 계층에 대한 휴머니즘 같은 동아 DNA를 시대에 맞게 업그레이드해 다양한 인재가 창의성을 발휘하는 유연하고 열린 조직 문화를 만들어 가자는 제안도 들어 있다.
○ 2년여간 사내외 200명 목소리 들어
2018년 초 출범한 동아일보 뉴센테니얼본부는 2년여 동안 사내 구성원은 물론 외부 최고경영자(CEO) 및 저널리즘·미디어 분야 석학부터 대학생까지 각계 인사를 두루 만나 미디어와 저널리즘의 미래, 동아가 나아가야 할 길 등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만나거나 의견을 들은 이는 모두 200여 명에 달한다.
지난해 초부터는 전사적인 100주년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면서 동아 저널리즘이 직면한 과제를 100개의 질문나무(Question Tree) 형태로 정리했다. 또 동아 뉴스룸이 지금 꼭 해야 하고, 할 수 있다고 판단한 실행과제(To Do List)들을 발굴해 보고서에 담았다.
동아미디어그룹은 앞으로 보고서 내용을 기반으로 뉴스룸 혁신 작업에 착수한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창간 때부터의 꿈과 의지가 미디어 소비자가 실감할 수준의 혁신적 콘텐츠로 실현될 때까지 동아 뉴스룸의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김성규 sunggyu@donga.com·장원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