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연구원장직 사퇴 뜻 밝혀… ‘5인 협의체’ 통해 선거전략 이끌어 비례정당 추진하며 ‘악역’ 맡기도… 일각 “당분간 여권내 영향력 유지”
31일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양 원장은 최근 이해찬 민주당 대표 등 주변에 “당과 대통령에게 거리를 두겠다. 시골로 가겠다”며 선거 다음 날 선대위 해단식과 함께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그는 또 “총선이 끝나면 당도 새로운 질서로 재편돼야 한다. 당의 주요 포스트들이 통합형, 확장형 리더십으로 가야 한다. 내가 비켜주는 게 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원장은 2017년 5월 대선 직후에도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공직을 맡지 않겠다”며 한국을 떠났다가 2년 만인 지난해 5월 민주연구원장으로 현실 정치에 복귀했다.
임기가 내년 5월까지인 양 원장이 사퇴를 결정한 것은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주도하며 불거진 내홍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 원장은 2월 24일 비례연합정당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내용의 민주연구원 보고서를 당 지도부 핵심들에게 보고하면서 연합정당 참여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당 안팎의 반발이 거셌지만 그는 “이대로 가다간 원내 1당 지위를 빼앗긴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하며 당 지도부를 설득했다. 그로부터 한 달여 후 민주당이 주도한 더불어시민당은 비례대표 후보 30명을 선관위에 등록했다. ‘꼼수’ 논란에 휩싸였지만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을 통해 당초 7석 안팎으로 예상됐던 비례대표 의석수를 크게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양 원장이 민주당의 총선 전략을 디자인해온 만큼 총선 후 당직에서 물러나도 한동안 여권에 영향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양 원장은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 등과 비공식 ‘5인 협의체’를 꾸려 총선 전략을 이끌었다. 친문 핵심들 사이에선 양 원장이 정권 후반기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맡으며 ‘청와대 순장조’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말도 있다. 다만 양 원장은 주변에 “비서실장을 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