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정 산업2부 차장
학교 개학이 연기되고, 재택근무가 확대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는 이들이 늘면서 외식 대신 집밥을 먹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가족끼리 집밥을 먹는 횟수가 늘면서 ‘돌밥돌밥(돌아서면 밥 차리고 돌아서면 밥 차리고)’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밥하는 수고로움을 덜어줄 가정간편식(HMR) 시장과 각종 반찬 및 식자재를 문 앞까지 가져다주는 새벽배송 시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성장에 가속도가 붙었다. CJ제일제당이 최근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식소비 변화 트렌드를 조사한 결과, 집밥을 먹는 비중이 83%로 작년보다 23.5%포인트나 늘었다. 배달 음식은 9%, 테이크아웃 4.6%, 외식 비중은 3.4%에 그쳤다.
식사할 때 위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게 된 것은 한국만의 상황은 아닌 것 같다. 미국의 음식평론가인 비 윌슨은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를 전망하는 월스트리트저널(WSJ) 특집 기사에서 “3월 초만 해도 친구들 여러 명과 다양한 메뉴를 시켜서 나눠 먹었는데 코로나19 이후 음식을 나눠 먹는 식사 방식이 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감염 불안, 외부 단절, 경제 위기 등으로 어느 해보다 힘든 봄이다. 우울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이 안에서 소소한 행복과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도 이어진다.
가족을 위해 ‘돌밥’ 한다는 한 주부는 “음식 준비가 쉽지는 않지만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온 가족이 하루 종일 붙어 있으면서 밥을 먹겠냐”며 “힘든 시기에 함께 밥을 먹으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더욱 느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워킹맘은 “하루 전날 스마트폰으로 주문하면 문 앞까지 가져다주는 서비스가 있어서 덜 힘들다”며 “집밥의 수고를 덜어주는 배송 기사분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하나의 음식을 나눠 먹는 문화가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보다 위생적인 식문화로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한식 특성상 반찬이나 찌개 등을 여러 명이 공유하면서 각종 전염병을 서로 옮긴 적이 많았는데 각자 그릇에 떠서 음식을 먹으면 이러한 전염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위생의 시대’로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마스크를 벗고 좋아하는 이들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하는 시간은 하루빨리 되찾고 싶다.
신수정 산업2부 차장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