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4·15총선을 가를 핵심 변수는 중도층의 표심인데 4년간 떠났던 중도보수파가 얼마나 복귀하고, 중도진보파가 얼마나 이탈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김영식 논설위원
○ 코로나19가 총선에 어떤 변화 몰고 올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선거 이슈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코로나19는 두 가지 점에서 문재인 정부에 도움이 됐다. 집권 4년 차의 중간평가여야 하는데 코로나19가 모든 이슈를 다 덮었다. 전 세계가 다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소득주도성장, 주 52시간제 등 정부 경제정책과 대북정책 비판도 마이너 이슈가 됐다. 대통령 지지도도 상승하고 있다.”
―다른 나라가 못해서 나온 상대적인 것 아닌가.
―4·15총선을 가를 핵심 변수는….
“스윙보터인 중도의 표심이다. 3년을 뒤돌아보면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이 있었다. 두 전직 대통령 구속에 이어 이른바 적폐 수사가 이뤄졌다. 진영 논리로 3년을 보내면서 대한민국 국민은 3등분 됐다. 문재인 정권 지지자가 많은 것에 경악하는 사람들, 아직 보수 지지자가 많다고 분노하는 사람들, 두 집단이 너무 많다는 것에 절망하는 제3의 그룹으로 나뉘었다.”
―제3의 그룹이라면….
“두 부류가 섞여 있는데 전통적으로 보수를 지지했던 중도 보수가 있고, 다른 하나는 중도 진보다. 4년 전 옛 새누리당이 1당을 뺏기면서 122석을 얻고, 민주당 123석, 국민의당이 38석을 얻었을 때 강력한 진원은 중도 보수였다. 국정 교과서, 공천 파동 등에 이어 최순실 사태를 거치며 이탈이 지속됐다. 반전은 조국 사태였다. 문재인 정부와 지지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이게 나라냐’라고 물었는데, 지난해 조국 사태를 보면서 ‘그럼 이건 나라냐’라고 물었다. 중도 보수도 보수 진영으로 돌아갈 명분이 생긴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공천 메시지는….
“경선 하고 영입도 했는데 친문 586이 건재한 상태다. 경선 한 것이지만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된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대전 중), 임동호 전 최고위원(울산 중) 등이 경선을 통과했다. 열린민주당에선 최강욱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비례후보가 됐다. 이런 공천 메시지는 딱 하나다. 지난 3년간 했던 것들을 앞으로 2년간 더 세게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다른 방식도 가능했을까.
“기업인 10여 명을 파격적으로 영입했다면 기조 변화를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카카오뱅크 이용우 대표라는 분을 빼면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경제 문제는 이번 선거에 영향을 못 미칠 것으로 보나.
“전통적인 선거에서는 정권의 경제정책이나 실적이 평가 대상이었다. 경제 성장을 약속했는데 실패했다든지, 최저임금이나 주 52시간제가 현장을 모르는 탁상행정이어서 현장을 더 어렵게 했다는 것인데, 완전히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런 것에 대한 책임을 문재인 정권이나 민주당에 묻지는 않을 거다. 그 대신 더 심각한 것을 물을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에 닥쳐올 경제와 금융 위기를 문재인 내각이 헤쳐 나갈 수 있을까라는 것이다.”
○ “제1당보다 진영 과반이 더 중요”
“도덕적으로 따질 수준은 벗어났다. 양쪽이 다 욕을 먹고 싸울 때는 자기 진영을 찍게 된다. 양당이 간과한 것은 도덕적 지탄보다도 이번 선거의 성격을 못 읽은 것이다. 비례대표도 외교와 경제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전략공천을 해야 하는데 그걸 못 했다.”
―여당 쪽 비례정당이 2개인데 지지층 표가 분산될까, 아니면 파이를 키울까.
“준연동제가 독특한 제도다. 민주당이 몇 석을 얻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미래한국당의 숫자를 얼마나 줄이느냐에 무게가 실렸다. 이번 선거는 어느 정당이 1당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어느 진영이 과반을 차지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민주당 열성 지지자들이 봤을 때는 정체성에 맞는 사람들이 열린민주당에 많이 가 있다. 민주당이 우리와 관련한 비례정당이 더불어시민당이니 열린민주당을 찍지 말라고 해도 그 힘은 약하다. 열린민주당에 꽤 많은 표가 갈 수 있다.”
―보수 진영의 결집도는 어떤가.
“보수에 주어진 문제는 혁신과 통합 두 가지였다. 분열됐던 보수 통합은 했다. 유승민계가 모두 공천을 받지는 못했지만 새보수당은 없어지고 다 돌아왔다. 안철수 쪽도 지역구 후보는 안 내고, 같이 정치하는 사람들 다 돌아왔다. 작년 말 보수 통합에 대한 회의론이 있던 것에 비해 보면 상당한 진전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서도 지금까지 나온 것은 통합의 메시지였다.”
―마지막까지 공천을 뒤집었는데….
“그래서 2월까지 미래통합당에 대한 중도 보수층의 기대치가 높다가 지금 유보적으로 돌아섰다고 할 수 있다. 통합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전통적 지지층을 결집해야 하는데, 이건 결집될 것이다. 문제는 중도 보수가 4년간의 이탈에서 돌아올 것이냐인데, 이게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에게 주어진 숙제다. 왜 민주당을 찍으면 안 되는지, 왜 문재인 정권이 계속 가면 안 되는 것인지를 설명할 메신저다. 김 위원장에 대한 호불호도 있지만, 적어도 적의 급소를 찾아서 메시지를 내는 능력은 있다고 본다.”
―통합당 메시지는 효과가 있나.
“민주당이 볼 때는 황교안 대표의 실수가 드러날수록 유리하고, 통합당은 조국 문제가 드러날수록 유리하다. 하지만 열린민주당이 조국 관련 얘기를 해도 잘 활용을 못 하고 있다.”
―정의당은 ‘4+1’에 참여했다가 배신당했는데….
“정의당의 실패는 ‘4+1’에 가담하고 선거제로 이득을 보려고 조국 정국에 눈감은 게 아니다. 더 본질적인 것은 낡은 시대의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민주 대 반민주, 개혁 대 반개혁이라는 1980년대 프레임 안에 갇혀 있다. 적어도 대통령이 탄핵되고, 2017년 대선이 끝난 시점에 민주 대 반민주는 끝났고 과거 대 미래의 싸움을 하겠다고 자리매김했어야 했다.”
―여론조사가 여당에 쏠린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여론조사와 여론 조작에 관한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4년 전에는 출구조사도 잘 못 맞혔다. 지금은 ‘포노 사피엔스’ 시대다. 대부분이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시대에는 이슈 확산이 빛의 속도다. 탄핵, 광화문, 서초동 시위 이후엔 사람들이 정치적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보다는 내재된 상태로 갖고 있는 경향이 많으니 여론조사를 맹신하면 안 된다.”
―총선이 끝나면 급속히 대선 레이스로 들어가지 않겠나.
“선거, 특히 총선은 미래 주자를 갖고 있는 곳이 유리했다. 여당에서는 이낙연 호남 대망론이 있는데 황교안 대표를 꺾는다면 바로 대세론으로 갈 것이다. 제1야당 대표가 상대와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오는데, 황 대표가 이번 선거에서 패배하면 급속히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
○ 청년을 소외시키는 정치
―민주당은 과반을 자신했는데, 어느 당이 1당을 할 것 같나.
“열린우리당 시절 17대 총선에선 탄핵 덕분에 152석을 얻었는데 그때는 호남에서의 절대 강세가 있었다. 지금은 혼자 과반하기 어렵다.”
―일부 젊은층은 투표를 안 하겠다고 하는데….
“2017년 대선에서 정점을 찍었다. 평균 투표율이 77.2%인데, 20대 투표율이 76.2%까지 올라왔다. 민주당이 덕을 많이 봤는데, 이번에는 20대가 아예 투표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왜 그렇다고 보나.
“투표해서 세상이 바뀔 것으로 기대했는데 별로 바뀐 게 없어서다. 이걸 ‘정치적 효능감’이라고 한다. 내가 투표한 결과가 내 삶을 바꾸는 것을 체험해야 하는데 결국은 별것이 없다고 실망한 것이다.”
―우리 정치 문화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정치는 전쟁과 스포츠의 중간이라 할 수 있다. 전쟁이라면 상대는 죽여야 할 적이고, 스포츠라면 이겨야 할 경쟁 대상이다. 1987년 대선으로 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민주주의가 자리 잡을 때와 달리 2010년대 포퓰리즘이 자리 잡고 진영 대결이 되면서 극단적인 전쟁으로 변하고 있다. 광장으로 몰려가고 의회, 사법제도, 언론을 신뢰하지 못하면 민주주의를 뒷받침하는 기둥을 뽑아내는 것이니 이를 막아야 한다.”
김영식 논설위원 spear@donga.com